3대 환경규제 본격 시행
배출권 거래제로 12조 비용
화학사고 과징금 16배 늘고
화학물질 심사 강화도 부담
[ 심성미 기자 ] 내년부터 시행될 각종 환경 규제도 갈 길 바쁜 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를 전망이다. 경제계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를 비롯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대표적인 환경규제로 지목하고 있다.
산업계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환경법은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다. 내년 1월12일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체에 매년 배출할당량을 부여한 뒤 남거나 부족한 배출량은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과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만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업계의 줄기찬 반대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제사회와 약속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강행되는 것이다.
제도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요즘, 많은 기업은 “경기침체로 갈수록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는 판에 무슨 온실가스 타령이냐”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반토막 날 정도로 세계 경제가 불안감에 휩싸인 상황인데도 한국만 제조시설 가동을 옥죄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빈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에 따르면 정부가 약속한 시장가격(t당 1만원)이 유지되고 기업들이 부족분을 전부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3년간 부담해야 할 과징금 액수는 12조7000억원에 이른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화평법과 화관법도 화학·제조업계 사이에선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화평법은 신규화학물질 또는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화관법 역시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유해화학물질의 취급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화관법 위반 시 물어야 하는 과징금 규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유출한 업체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지 않는 대신 내야 하는 하루치 과징금은 연간 매출의 3600분의 1, 단일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연간 매출의 7200분의 1이다. 이 경우 연간 매출이 1000억원, 영업이익이 42억원(업계 평균인 4.2%로 가정)인 A사가 안전모 미착용으로 1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내야 하는 과징금은 연간 영업이익의 약 20%인 8억3000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과징금(5000만원)보다 16배나 많은 액수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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