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수 기자 ]
"통신의 발달로 사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LTE 도입과 확장, 5G로의 진화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죠. 여기에 기계끼리 통신하는 사물인터넷(IoT)의 확산까지 감안하면 DRA(Diameter Routing Agent) 솔루션 시장은 계속 커질 것입니다."
유엔젤은 최근 인도네시아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텔콤셀과 약 90억원 규모의 DRA 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화웨이 에릭슨 등 세계적 기업들을 꺾고 얻은 성과다. 한성갑 유엔젤 연구소장 전무(사진)를 지난 12일 만나 비결을 물어봤다.
"1억3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4위 이통사인 텔콤셀에 3G와 4G(LTE)망 핵심 장비인 DRA 시스템을 3년에 걸쳐 공급하는 과제입니다. 지난해 8월 텔콤셀의 초청을 받아 경쟁을 시작했고, 에릭슨 등 최종 3개사 중 기술검증(Poc) 시험을 1위로 통과해 최종 공급업체로 선정됐죠."
DRA는 통신망에서 요금부과와 관련된 차세대 시스템이다. 한 번의 통화 및 데이터 사용을 위해서는 20여종의 장비가 관여하는데, 가입자 인증 및 요금부과 등을 위해 한 개의 장비가 여러개 장비와 상호 통신하게 된다.
이번 솔루션은 그물처럼 복잡한 통신 체계를 DRA라는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해, 관련 시스템들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국제기술 표준화단체인 3GPP는 트래픽 증가에 대응해 DRA라는 표준규격을 발표했다.
"우리가 시험을 1위로 통과한 데에는 두 가지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다이아메터(Diameter)라는 프로토콜에 대한 축적된 기술력, 그리고 텔콤셀의 돌발 요구에 대한 대응력이었습니다."
유엔젤은 창업 이후 국내외 통신사들에 지능망을 공급하며 다이아메터 관련 기술을 쌓아왔다. 다이아메터는 요금부과와 관련된 프로토콜(통신규약)로, DRA 연구개발을 지난해부터 시작했음에도 이번 공급계약을 성사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술검증 시험 단계에서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기술개발자들을 적극 투입해, 빠른 시간 내에 돌발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상용화 이후에도 안정적인 유지보수가 가능할 것이란 신뢰를 얻은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인도네시아 사업을 가능하게 한 것도 유엔젤의 헌신적인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다국적 기업이 1년동안 해결하지 못한 지능망 문제를, 유엔젤은 3개월 만에 처리했었죠."
한 전무는 이번 성과가 다양한 사업 기회와 연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3G·4G로 통신망 재편을 시작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등은 DRA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란 판단이다.
"데이터 사용량의 증가는 서비스 제어를 위한 핵심 프로토콜인 다이아메터의 사용량 증가를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DRA 솔루션에 대한 추가 증설 및 신규 공급의 기회도 꾸준히 생길 것이죠. 텔콤셀의 경우 이미 LTE 도입과 데이터 서비스 활성화 정책, 사물인터넷 서비스 상용화를 고려한 증설계획을 수립한 상태고요."
DRA 솔루션은 아직 적용 초기 단계다. 때문에 텔콤셀이라는 대형 통신사에 DRA 시스템을 독점 공급했다는 이력은 대다수 통신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란 설명이다.
유엔젤은 이번 공급계약을 비롯해 지연됐던 사업들의 계약이 성사되면서, 올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부실사업 정리에 따른 비용도 4분기에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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