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경로…박경정 반출 짐에서 출발

입력 2014-12-16 10:49
'정윤회 문건' 등 유출된 청와대 문건들은 모두 한 경로에서 출발해 유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정윤회 문건'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의 유출 경로 전반에 관한 윤곽을 잡은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검찰과 사정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 근무시절 작성한 문건들은 그가 지난 2월 경찰에 복귀하면서 모두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날 청와대 유출 문건 경위보고서를 공개하고 "보고서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있던 2명이 문건을 유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문건 도난설과 관련 있는 내용이다.

박지만 EG 회장이 지난 5월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 접했다는 문건 100여건(박지만 회장 관련 문건)도 출처가 어디인지 불분명하다는 관측이 있었다.

파문의 발단이 된 '정윤회 문건'은 나머지 문건들과 다른 경로로 유출돼 세계일보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여러 갈래의 유출 경로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상황에서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각종 물증을 토대로 "청와대 밖으로 나간 문건 모두가 박 경정이 반출한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정이 청와대 파견을 마치고 경찰로 돌아가면서 자신이 작성한 문건들을 개인 짐에 담아 복귀처인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로 보낸 것이 유출 문건의 '원 소스'였던 셈이다.

다만 박 경정은 '정윤회 문건' 등을 비롯한 다수의 문건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나 일부 대기업 등지로 문건이 흘러들어가는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박 경정의 개인 짐에서 문건을 빼내 복사한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사망)·한모 경위를 거쳐 세계일보 등지에 퍼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박 경정은 세계일보가 문건의 일부 내용을 기사화한 지난 4월에야 문건이 외부로 퍼진 사실을 깨닫고 세계일보 기자를 만났다.

그는 해당 기자가 알려준 문건 입수경위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알렸고, 공직기강비서관실 오모 행정관이 이 내용을 경위보고서에 담아 지난 5월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가 전날 박범계 의원이 공개한 경위보고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는 문건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과 대검 범죄정보수사관 등을 거쳐 세계일보 등지에 전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의원은 해당 경찰과 수사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과 대검 수사관 등을 유출자로 지목한 이 내용은 최 경위가 세계일보 기자에게 문건을 건넸을 당시 출처를 감춰야 한다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만든 얘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얘기가 사실관계 확인 없이 경위보고서에 담긴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가 최근 특별감찰 결과를 통해 파악한 '7인회'도 실체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특별감찰 결과는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 오 행정관 등 7명이 문건 작성과 유출, 외부 유포를 주도했고 유포 행각을 감추기 위해 허위 내용의 경위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7인회 사건 주도설'의 핵심이 되는 경위보고서가 청와대를 속일 목적으로 작성된 게 아니라 유포 경로를 잘못 파악한 박 경정의 보고에서 출발한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검찰은 '7인회'의 실체가 불명확한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로써 박 경정은 문건의 외부 유포에 관한 법적 책임에서는 일단 벗어났다.

그렇더라도 그가 청와대로부터 문건을 반출한 사실이 모든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경정에게 "경찰에 복귀해도 박 회장 관련 업무는 날 챙겨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조 전 비서관도 문건 반출을 묵인한 책임이 있는지를 놓고 검찰의 추가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문건 유출 경로의 전모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보강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 전모씨 등 '7인회 멤버'로 지목된 인사들을 불러 마지막 확인 작업을 거칠 계획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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