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이 더 위기다] 古宮호텔로 돈버는 英…한국은 문화재 숙박 不可

입력 2014-12-15 21:47
수정 2014-12-16 04:37
내년엔 객실 부족 풀린다더니…"7100실 모자라 숙박難 커질 것"

한국문화관광硏 보고서
관광호텔 중단·지연 탓…고택 등 대체 숙박시설 저가형 난립도 정비해야


[ 박수진 기자 ] 정부가 관광 한류 분위기를 지속시키기 위해 숙박시설 확충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객실 부족은 더 심해지고 있다.

1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2년 7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해 2011년 말 기준으로 8333실 부족했던 객실을 2015년 말까지 5528실 초과 상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특별법 시행 2년이 지난 올해 객실 부족분은 2011년 말과 비슷한 6700실이고, 내년과 내후년 부족분은 각각 7100실과 7400실로 객실 부족 사태가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해외 관광객 방문 전망이 잘못된 데다 객실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세계 5위 관광대국 영국은 관광호텔뿐 아니라 고성(古城) 등을 수익성 숙박시설로 적극 활용해 부족한 숙박 인프라를 대체하고 있다. 한국은 문화재보호법으로 성곽이나 고궁 등의 수익 목적 활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정부가 2012년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에 나선 것은 관광객 유입으로 숙박시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해서다. 외국 관광객은 연평균 10% 이상 늘어나는 반면 관광 숙박시설 증가율은 연 3~4%에 그쳐 공급 부족이 심각했다. 2000년 532만명이었던 외국 관광객은 2013년 1226만명으로 129% 증가한 반면 관광숙박시설 총 객실 수는 같은 기간 2만3644실에서 3만1556실로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4개년 장기 계획을 짰다. 특별법을 제정해 관광호텔 신·증축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주고, 주차장 설치 기준도 완화해줬다. 이들 숙박시설 신·증축에 들어가는 자금 조달을 위해 저리융자를 확대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객실은 한옥과 고택, 종택 등 대체 숙박시설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통해 공급객실 가동률 80%를 기준으로 2011년 현재 8333실 부족 상황을 2015년 말까지 5528실 초과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객실 가동률 70%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2015년까지는 객실 부족 규모를 1786실로 줄이고 2016년엔 부족 상황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특별법이 제정된 지 2년이 지났으나 객실 부족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부족분이 2011년 말과 비슷한 6715실이고, 내년과 2016년엔 부족분이 각각 7100실과 7440실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올 연말이면 해소될 것이라던 전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연구원 측은 기본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내방상황에 대한 전망이 잘못된 데다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 공급도 차질을 빚었기 때문으로 원인을 분석했다. 지금이라도 정확한 수급 요인 분석을 통해 다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체 숙박시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택 향교 서당 등을 활용한 대체 숙박시설이 객실당 5만~10만원, 최대 20만원 이하의 저가형 숙박시설로 채워지고 있어 해외관광 서비스 질 관리 차원에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옥체험 숙박시설의 경우 2011년 말 465곳에서 2년 반 만인 올 4월 795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옥 숙박시설의 경우 욕실과 샤워시설만 갖추고 한 가지 이상 전통문화 체험 시설만 있으면 곧바로 지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난립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숙박시설 숫자에만 연연하지 말고 서비스 질을 함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특별취재팀=박수진 산업부 차장(팀장), 강현우 산업부 기자,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런던=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