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비자 신뢰만 잃은 '코리아 블프'

입력 2014-12-14 20:39
수정 2014-12-15 04:57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


[ 유승호 기자 ] 국내 온라인쇼핑몰 9곳이 지난 12일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열었다. 미국 유통업계의 최대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뜬 대규모 할인 판매였다. 11번가 등 오픈마켓과 롯데닷컴, 갤러리아몰 등 백화점 계열 온라인몰까지 참여해 유명 상품을 최대 70% 깎아줬다.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는 이날 아침부터 주요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곧 소비자들의 불만이 인터넷 등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반값 할인’을 내세운 상품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는 것이 불만의 주된 내용이었다.

11번가는 오전 9시 고가 패딩점퍼인 캐나다구스를 50% 할인 판매했는데 수량이 36벌밖에 되지 않았다. 루이비통 에바클러치도 반값에 내놓았지만 물량은 10개뿐이었다. 할인 판매가 시작되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품절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CJ몰과 현대H몰 등은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한동안 홈페이지에 접속조차 할 수 없었다. ‘kitt****’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안 받는다, 안 받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50% 쿠폰 발행이 지연되고 있는 한 온라인몰 홈페이지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올려 놓았다. ‘kp04****’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쿠폰을 힘들게 받았는데 적용되는 상품이 별로 없다”며 “(할인되는 상품을) 두 시간 넘게 찾아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연 행사가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월상품이 아닌 신상품 위주로 할인 판매를 하다 보니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된 것도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이라는 게 업체들의 해명이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기획한 행사가 소비자 불신만 키운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아도 국내 유통업체들은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해외 온라인몰에 접속해 구입하는 ‘해외 직구(직접구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일회성 행사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질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유통업의 기본에 충실할 때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