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선위에 자문위까지 출범 … 교수>교사
[ 김봉구 기자 ] 출제 오류와 난이도 조절 논란을 빚은 대학 수학능력시험 개선위원회에 이어 자문위원회까지 출범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보다 대학 교수 위주의 인사로 구성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10일 수능개선자문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교원·교육청(9명) △학부모·시민단체 (3명) △법조·언론계(3명) △학계·공인시험 관련 전문가(4명) △산업·과학계(2명) 등 총 21명의 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교원 및 교육청 인사의 비중이 높은 편으로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자문위를 구성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명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교 교사는 6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대학 교수는 ‘산업·과학계’ 인사로 분류된 정진갑 계명대 교수를 포함해 5명으로 늘어난다.
앞서 발표된 수능개선위원회가 교수가 6명, 교사가 1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학과 고교 간 비대칭은 여전하다. 역할의 경중 구분 없이 개선위와 자문위를 합쳐도 교수 11명, 교사 7명이다.
개선위가 실질적 수능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자문위는 검토, 의견 제시 등 보조적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교수들에게 무게중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개선위에 참여하는 교수 대부분이 교육 관련 학회나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출신이다. 수능개선위원장을 맡은 김신영 한국외대 교육대학원장부터 평가원 책임연구원 출신이자 한국교육과정평가학회장을 지냈다.
면면을 봤을 때 기존 틀에서 벗어난 획기적 개선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국교직원노조는 하병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교육부, 평가원, 교육 관련 학회들로 이어지는 카르텔은 수능 오류의 당사자” 라며 “출제 오류를 줄이고 평가 문항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선 고교 교육과정을 직접 운영하는 교사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려면 교사 위주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텐데, 과연 개선위가 기대에 부응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수능 출제 방식 재검토를 지시한 게 되레 ‘독’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교육 당국으로선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긴급 상황을 맞아 단시일 내 개선안을 내놔야 하는 난제에 맞닥뜨렸다. 실제로 교육부는 “2016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이 발표되는 내년 3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해야 해 수능을 잘 아는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위원들도 구체적으로 어떤 개선안을 내놓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
개선위 출범 직후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김신영 위원장은 “위원회가 소집되지 않아 특별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선위원인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도 “막 연락받은 상황이라 딱히 말할 게 없다. 우선 위원들끼리 만나야 할 텐데 아직 일정도 안 잡혔다”고 전했다.
교수 일색에 교사 한 명을 끼워 넣은 구색 맞추기식 개선위 출범에 비판이 일었다. 교육부는 다시 각계 인사들로 자문위를 꾸렸으나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는 의문이란 게 교육계의 평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원과 학부모 등이 참여한 자문위에 비해 교수 중심 개선위의 결정권이 강하다” 면서 “이미 한계에 다다른 수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데 굳이 위원회를 이원화할 필요가 없다. 개선위와 자문위의 구분 없이 융합 운영하면서 각계가 참여하는 난상토론을 통해 수능의 근본적 개혁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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