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이 더 위기다] 亞 첫 레고랜드 유치한 이스칸다르…"투자만 해라, 규제는 없다"

입력 2014-12-10 21:36
(1) 말레이시아의 '규제·세금 프리' 경제자유구역

관광·교육 등 9개 산업에 법인세·소득세 파격 감면

레고랜드 운영 간섭안해…年 200만명 관광객 유치
英 영화사엔 현금 돌려줘

말레이인 우대정책도 포기…1人 GDP 1만弗 돌파 견인


[ 강현우 기자 ]
장난감 레고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레고랜드는 디즈니랜드에 이은 세계 2위 테마파크 체인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레고는 유럽과 미국 등 5곳에만 운영하던 레고랜드를 2012년 9월 말레이시아에서도 열었다.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인 이스칸다르 지역 누사자야에 레고랜드를 유치하면서 총 투자 금액 7억링깃(약 2250억원) 가운데 80%를 지원했다. 입지 선정부터 디자인, 운영 등을 레고랜드 운영권자인 영국의 리조트그룹 멀린에 전부 일임했다.

다투크 이브라힘 이스칸다르투자청(IRDA) 최고경영자(CEO)는 “레고랜드 건설 과정이나 운영에 전혀 간섭하지 않은 것은 물론 도로 등 각종 인프라 구축도 멀린이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줬다”며 “레고랜드 덕분에 이스칸다르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200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투자 유치 성공 사례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파격 혜택으로 필요 산업 유치

이스칸다르는 말레이반도 최남단으로 싱가포르와 맞닿아 있다. 서울의 3.5배 면적인 이 지역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선진국 도약의 운명을 걸고 승부수를 띄운 지역이다. 이스칸다르는 기원전 4세기 유럽과 아시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의 아랍어식 표현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06년 이스칸다르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창조경제·교육·의료·물류·관광·금융 등 서비스 6개 부문과 석유화학·전자·농식품 등 제조업 3개 부문 총 9개 산업군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와 다리로 연결되는 2개 지역(누사자야·조호르바루)과 항구를 낀 동·서부 관문 2개 지역, 세나이 국제공항 부근 지역 등 5개 권역을 주요 거점으로 정하고 관련 산업을 집중 배치했다.

이스칸다르에 투자하는 9개 산업군의 기업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파격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5년간 법인세를 면제받거나 투자세액 100%를 공제받는다. 이스칸다르 지역 기업은 수입관세와 판매세도 면제된다. 해당 기업 종사자는 소득세율이 25%에서 16%로 감면되며 부동산·차량 구입 시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대규모 투자 때는 맞춤형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영화 007, 해리포터 등을 찍은 영화 제작사인 영국 파인우드스튜디오가 지난해 6월 이곳에 지사를 설립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를 유치하면서 영화 등 콘텐츠 제작에 5000만링깃 이상을 투자하면 30%를 현금으로 되돌려주겠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또 ‘제작 환경이 다른 국가보다 나쁘면 손실을 보상받고 떠날 수 있다’는 조건까지 걸었다. 파인우드 말레이시아 스튜디오는 내년 말까지 글로벌 영화 제작사들의 예약이 꽉 차 있다.

말레이 민족 우대정책 포기

말레이시아 정부는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말레이 민족 우대 정책인 ‘부미푸트라’까지 포기했다. 부미푸트라는 인구의 대다수(60%)를 차지하면서 화교에 밀려 소외당하고 있는 말레이 현지인을 위한 교육·의료 등 각 분야에서의 차별적 우대정책이다. 말레이시아에서 기업을 세울 때는 말레이인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도록 하는 게 그런 예다. 이브라힘 CEO는 “해외 자본뿐 아니라 국내 화교 자본까지 유치하기 위해 이스칸다르에서는 부미푸트라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로 이스칸다르는 순항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06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2025년까지 20년간 총 3000억링깃(약 96조원) 투자 유치 목표를 세웠다.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462억링깃(약 47조원). 9년 반 만에 목표의 48%를 달성했다. 이스칸다르의 성과에 힘입어 말레이시아는 2012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를 돌파했다. 적도를 통과하는 세계 14개 국가 가운데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1만달러를 달성한 것이다.

누사자야=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특별취재팀=박수진 산업부 차장(팀장), 강현우 산업부 기자,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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