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정부위원회'…올해 133곳 회의 '0건'

입력 2014-12-10 21:28
수정 2014-12-11 05:03
정부委 4년 새 106곳 늘어
예산 2600억 쓰며 활동 저조
행자부, 실적 부진하면 '퇴출'


[ 강경민 기자 ] 정부위원회 네 곳 중 한 곳은 올 들어 회의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는 올해 1~9월 정부위원회 537곳 중 25%인 133곳이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발표했다. 89곳(17%)은 회의를 한 번 했다. 회의를 한 번 이상 연 404개 위원회 중 10%인 41곳은 서면 보고로 회의를 대체했다. 전체 537곳 중 32.4%에 달하는 174곳이 사실상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은 것이다.

정부위원회의 9개월간 평균 회의 실적은 9.2회로 파악됐다. 이 기간 해양수산부 소속 위원회 22곳 중 해양수산발전위원회 중앙항만정책심의위원회 중앙수산조정위원회 선박관리산업정책위원회 등 절반이 넘는 13곳이 회의 실적이 없었다.

국방부에서도 전체 20곳 중 군인복지위원회 군공항이전부지선정위원회 특수임무수행자보상심의위원회 등 절반인 10곳이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2010년 431개였던 정부위원회는 2011년 499개, 2012년 505개, 2013년 536개, 올해 537개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당시 정부위원회는 579개에 달했지만 위원회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까지 148개를 폐지하거나 통폐합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를 거치면서 정부위원회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위원회는 민간 위원들의 참여를 통해 정책 결정과정의 투명성 및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된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위원회 필요성이 있을 때마다 의원입법 및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설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위원 수당 및 위원회 지원조직 등에 쓰이는 위원회 관련 예산은 26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위원회의 4곳 중 1곳이 회의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는 등 이름뿐인 위원회가 운영비 및 인건비를 쓰는 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정부위원회가 난립하는 것을 막고 내실 있는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위원회의 실적을 종합 비교해 분기마다 인터넷에 공개하기로 했다. 행자부는 사고조사 등 안건이 발생할 때에만 개최되는 위원회를 제외하고 회의실적이 부진한 위원회를 원칙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부실한 위원회는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지 않도록 과감하게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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