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학점 높을수록 교육부 평가에서 낮은 점수… 재정 지원·입학 정원 축소 등 불이익 받아
=C학점 한 명도 안 줄 수 있는 경희대 학점제도, ‘학점 인플레’ 부추긴다 비판 받아와
=기말고사 앞두고 갑작스레 통보받은 학생들, ‘취업에 불리하다’며 거센 반발
<예비 소제목>
=D,F학점 학생 많아야 학교 평가 좋아져... 학점 다이어트 나선 대학, 학생들은 거센 반발
=경희대 현행 제도로는 C학점 한 명도 안 줄 수 있어... 모든 수업 평균 점수 B0로 맞춰라 가이드라인 제시
=교육부 평가에서 ‘학점관리’ 항목 비중 커져. D~F학점 학생 적으면 재정 지원 축소, 입학정원 감축 등 우려돼
=학생들 기말고사 며칠 앞두고 갑작스레 통보... 학점까지 떨어지면 취업에 불리해져 반발.
학점 부풀리기 관행을 근절하지 않으면 재정 지원 축소, 입학정원 감축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대학들이 ‘학점 다이어트’에 나서며 학생들과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대학이 ‘평균 학점을 낮춰달라’는 가이드라인을 교강사들에게 제시하자 학생들이 반발하며 나선 것이다.
경희대는 지난달 27일 각 단과대학에 ‘2014학년도 2학기 성적평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경희대의 학점 관리 현황이 최하위 수준이며 개선되지 않을 경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정원감축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내용이었다. 학교 측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와 강사들에게 실험·실습·실기 강좌를 제외한 모든 수업(절대평가 과목 포함)의 평균 학점을 B0(3.0) 또는 그 이하로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 앞으로 성적평가 결과를 교강사 인사와 재임용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담겨있어 그냥 넘기기 힘든 내용이었다.
경희대는 그동안 ‘학점 인플레’가 심한 대학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공과목에서 A학점(A-~A+)을 받은 경희대생은 43%로 전체 대학 중 16위였다. 주요 대학 중에선 서울대(51.8%), 포항공과대(49.8%), 한양대(49,8%)만이 앞에 있었다.
4.3점이 만점인 경희대의 학점제도에선 상대평가 과목일 경우 전체 수강 인원의 40%에게 B+(3.3점) 이상의 학점을 부여할 수 있다. 나머지 학생의 성적은 교강사의 재량이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 대부분의 대학이 수강인원의 30~35%에게 의무적으로 C학점 이하를 부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론적으로는 수강인원의 40%는 A+를, 나머지 60%는 B0를 받고, C학점 이하를 받는 학생은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는 제도다. 경희대가 학점 인플레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다.
대학이 학생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학점제도 개혁에 나선 것은 교육부의 각종 평가에서 학점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14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에서 학사관리 지표 반영비율을 지난해 10%에서 올해 12.5%로 늘렸다. 학자금대출제한대학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에서 10%로 올렸다. 학사관리 지표의 절반은 학생들의 학점 분포를 평가하는 학점관리 점수로 채워진다. A~C학점을 받은 학생이 많을수록 학점관리 점수는 떨어진다. 평균학점이 높을 수록 대학은 재정 지원과 입학정원이 감축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측의 제도 변경에 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경희대 총학생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8일 학교측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이 경희대 총학생회 당선자는 “학생들과의 충분한 대화없이 학교 측이 2학기 종강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기습적으로 학점표준안을 변경했다며”이라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중심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에선 교육부의 의지가 강경한 만큼 이런 마찰은 점점 번져나갈 수 밖에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입학정원 감축 대학으로 선정되는 순간 대학의 레벨과 명성이 곤두박칠쳐 학교로선 학점관리에 신경이 쓸 수 밖에 없다”면서도 “학균값을 B0에 맞추라는 경희대의 조치는 교수들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해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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