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폐회 … 12월 임시국회도 파행 우려

입력 2014-12-09 18:37
'비선 실세' 논란 속에 결국 핵심 쟁점법안 처리는 유보된 채 정기국회가 9일 막을 내렸다.

애초 여야는 8~9일 이틀간 본회의를 열기로 잠정 합의했고 새누리당은 이 기간에 주요 국정과제를 포함한 300여 개의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8일 본회의가 무산되고 법제사법위에 많은 법안들이 보류됨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는 큰 쟁점이 없는 134개의 법안만 처리됐다.

결의안 등 일반안건까지 합치면 138건이었다. 올해 정기국회 기간 전체로 보면 법안 처리 건수는 237건을 기록했다.

예산안 자동상정 제도가 없던 지난해까지는 1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에 양적으로는 올해 정기국회에서의 법안 처리 건수가 예년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여야가 팽팽하게 대립했던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는 34건의 법안만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2012년에는 117건, 2011년에는 55건, 2010년에는 30건에 머물렀다.

이날 처리된 주요 법안은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일명 관피아 방지법) △'세 모녀 3법'으로 통칭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수급권자 발굴·지원법 제정안, 국가재정법 개정안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것을 막고자 도입된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의 폐지안을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 개정안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정정 통지에 따른 학생 지원 특별법 제정안 등이다.

이날 처리된 법안들은 모두 무쟁점 법안들이어서 15일부터 소집되는 12월 임시국회에서는 민감한 쟁점 법안들을 놓고 여야 간 더욱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 3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의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은 야당의 반대로 임시국회에서도 처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혁신 과제인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 규제·공기업 개혁 법안 등은 야당이 요구하는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국조 및 특검,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 등과 연계 논의될 예정이어서 더욱 험난한 환경에 처하게 됐다.

이완구 새누리당·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주례회동에서 12월 임시국회 운영 방안을 협의했다. 그러나 10일부터 여야 대표·원내대표 회담 채널을 가동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하고 오는 29일 본회의를 열기로 한 정도 외에는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연말 정국의 '화약고'로 등장한 비선 실세 논란이 어디까지 확산될지가 12월 임시국회 운영의 키를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조기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동시에 1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 및 개헌 특위를 구성하자고 여당에 공식 제안했다.

개헌 논의의 시작은 사실상 '정권의 블랙홀'로 여겨지는 만큼 비선 실세 논란에 상처 입은 정권의 힘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빼놓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직 관료의 폭로와 반박의 핑퐁 게임이 점입가경인데도 대통령은 찌라시라는 둥, 사실무근이라는 둥, 수사 가이드라인을 그으며 검찰 수사를 무력화한다" 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 권력에 기대는 실세라는 자가 발호해 국정을 농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침묵으로 진화를 시도했다.

아직 정기국회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12월 임시국회의 과제를 미리 언급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여야 대표·원내대표 연석회의와 관련해 "공무원연금 개혁,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국조, 정치개혁특위 등의 문제를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해 짧은 시간 내 합의가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도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려는 시도가 다시 고개를 드는 등 여권 수뇌부에 좋지 않은 신호들이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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