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대한민국 도시, '이대로 둬선 안 된다'

입력 2014-12-08 14:01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국내 인구가 2011년을 기점으로 하락 추세. 2030년쯤 한국은 젊은 층보단 노년층이 많아진다. 경제 주체인 20~40대 인구가 감소하고 이미 현역에서 은퇴하는 50~80대 인구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엔 인구 전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출산율 가구당 1.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세계 평균(2.6명)은 물론 일본(1.3명)보다도 낮다. 반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14%를 넘겨 4년 뒤부터는 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노후세대가 2010년 425만 6000가구에서 20년 후인 2030년에는 860만 8000가구로 두 배 이상으로 늘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구의 노령화는 향후 도시 인프라 정책 방향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국토연구원 김태환 본부장은 '도시는 성장의 지속을 전제로 구축되는데 대한민국이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 저성장시대의 새로운 수요와 불일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도시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기점으로 산업화를 이루면서 성장해왔다. 발전과 성장을 거듭해오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대한민국만의 정체성 있는 도시를 건립했다. 서울·부산이라는 세계적인 도시의 탄생도 이런 연유에서 시작됐다.



도시의 노후화를 막기 위해선 도시외곽 택지와 산업단지 개발을 축소하고 기성시가지 중심으로 새로운 기능과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최형호 기자.

◇ 낡고·늙은 대한민국 도시 성장을 위해 건립된 국내 도시는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더 이상 성장할 명분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는 이룰 때로 이뤘고, 연령층은 높아졌고, 도시 형성의 가장 기본적인 이유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은 쇠퇴했다. 성장가능한 도시를 건립할 수 없게 된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특히 서울, 부산 등 산업화가 일찍 시작된 대도시 일수록 제조업은 꺼리는 직종 중 하나로 여긴다. 전국의 제조업 종사자수는 2000년 42.6%에서 2010년 32.6%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 2000~2010년간 대도시 제조업 일자리는 연평균 2.1% 감소했으며, 특히 서울은 연평균 6.2%로 감소해 전형적 탈산업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제조업이 주축이었던 도시의 성장은 제조업 감소와 고령화 사회로 인해 더 이상 성장 가능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된 것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도시성장 잠재력이 감소한 것도 도시 쇠퇴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국내는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자체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한민국의 경제 주체인 24~49세의 비중 또한 2011년 들어 감소하고 있는 실정. 일례로 최근 지자체의 사회복지 예산이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도시가 늙어가자 기존산업단지의 노후화는 물론 새로운 산업수요에 대응한 입지기반도 미비해 지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1960~1970년대 개발된 산업단지는 산업시설과 기반시설이 열악해 '창조형 산업지구로서'의 발전에 한계를 보인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는 산업화 초기에 조성된 30년 이상의 산업단지 비중이 1980년 이전 지정된 산업단지 비율이 56%이 크기 때문에 노후화 문제가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노후화된 산업단지는 ♦내부도로 협소 ♦주차장 부족 ♦식당·병원 복지시설 등 지원기능이 미약해 산업단지로서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여기에 근로자들은 떠나고 건축과 공장시설의 노후화와 관리 미비로 폭발, 가스누출, 화재 등의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도 크다.

◇패러다임 전환 시급 따라서 도시의 리모델링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 또한 현대 노후화된 도시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즉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현재 도시정책을 추구하는 데 있어 시기적절하다는 얘기다.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선 국가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연구원 김태환 본부장은 '도시외곽 택지와 산업단지 개발을 축소하고 기성시가지 중심으로 새로운 기능과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국가지원으로부터 소외된 도시 내 쇠퇴지역에 국가지원을 확대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시의 일자리 확보와 신 성장산업을 위한 산업입지 지원체제 재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도시의 산업특성을 고려한 입지정책 추진해야 한다'며 '퇴보한 제조업 일자리 감소에 대응해 창조산업 등 새로운 산업출현에 부합하는 산업입지 계획 개발 지원기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반시설 개선과 더불어 교통시설, 생활환경 등 도시의 정주환경, 도시미관 개선을 추진하고 이를 도시 마케팅에 활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가용토지가 부족한 대도시에서 신개발 중심의 산업입지정책은 한계가 있으므로 노후 산업지역에 대한 재생산업과 연계해 산업입지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낡은 도시를 개선해 활용도를 높여 체계적 시설관리로 인프라 노후화를 늦춰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탈바꿈 하는 '도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최형호 기자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