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재능나눔 현장 가 보니
[ 서화동 기자 ]
전북 남원 산내면은 남원 시내에서 36.5㎞ 떨어진 산간 오지다. 서쪽은 해발 1732m의 지리산 반야봉을 기점으로 전남 구례, 경남 하동과 도의 경계를 이루고, 동쪽은 삼봉산을 경계로 경남 함양과 접한다. 달궁터, 정령치 등 남원 역사의 발원지이자 3개도의 경계지요 지리산 관광의 관문이다.
하지만 높은 산과 험한 고개가 사방을 병풍처럼 첩첩이 둘러싸고 있어 생활환경은 열악하다. 흔한 빵집, 자전거 수리점, 컴퓨터 수리점, 세탁소, 학원 하나 없다. 병원에 가려면 한 시간마다 오는 마을버스를 타고 1시간을 나가야 한다. 이런 산내면에 최근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산내면에 사는 간호사, 교사 출신 등 귀농·귀촌인들이 재능나눔 단체인 사단법인 한생명과 손을 잡고 공동체 문화정착에 앞장서면서 생긴 변화다.
한생명은 산내면에서 매주 한 차례씩 자전거 및 컴퓨터 수리, 제빵교육을 한다. 한 달에 한 번 홀몸노인을 찾아가 혈압, 혈당을 측정하는 돌봄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특별한 재능이 없는 이들은 홀몸노인 가정 대청소, 낡은 전선피복 점검, 수도 동파 방지, 점심식사 대접 등으로 봉사한다.
윤용병 한생명 사무국장(55)은 “산내면 인구 2200명 중 400여명이 귀농·귀촌인”이라며 “산내면을 살기 좋게 가꾸어 오신 토착민들께 귀농인들이 고마운 마음으로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려고 재능나눔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들께는 혈압, 혈당을 재고 고장난 기계를 수리해 드리는 것도 좋지만 더 큰 선물은 젊은 사람들이 가정을 방문해서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말벗이 되어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능나눔이 훌륭한 소통 수단이라는 얘기다.
한생명의 재능나눔은 남원시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시 인구 8만5900여명 중 2만명가량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인 남원에 농림수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농촌재능나눔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남원시는 그리니지, 귀사랑, 한생명, 참사랑 등 관내 봉사단체 4곳을 올해 농촌재능나눔 단체로 선정했고, 이들 단체는 산내면의 24개 마을을 돌며 벽화작업, 쑥뜸봉사, 제빵 교육, 자전거·컴퓨터 수리, 어르신 부채 만들기, 돌봄, 반찬 만들어주기 등 다양한 재능을 기부했다.
주한 일본인들로 구성된 참사랑봉사단의 고츠보 노리코 단장(52)은 “우리가 한국에 잘 정착해 살 수 있는 것은 따뜻하게 이주민들을 보듬어 준 지역민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그 사랑을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쑥뜸 재능나눔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재능나눔은 귀농인들의 정착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설명이다. 재능을 나누면서 토착 주민과 귀농인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는 것. 남원시 관계자는 “재능나눔이 고령화된 농촌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리산 관광의 관문인 산내면이 재능나눔을 통해 지역화합과 발전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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