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슈퍼 태풍 하이옌에 7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필리핀 중부지역에 또 대형 태풍이 엄습해 곳곳이 물에 잠기고 정전사태가 이어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수많은 가옥의 지붕이 날아가고 상당수 피해지역의 통신이 끊겨 피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필리핀 언론은 6일 밤(현지시간) 마닐라 남동쪽 약 550㎞의 동사마르주 돌로레스에 상륙한 태풍 '하구핏(Hagupit)'이 7일 오전 루손섬 남동부 비콜반도의 마스바테 주를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들어 가장 강력한 태풍인 하구핏에 직격탄을 맞은 사마르 섬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나뒹굴고 상당수 민가의 지붕이 돌풍에 날아가는 등 곳곳에서 참상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슈퍼태풍 '하이옌'에 수천 명이 희생된 레이테주의 주도 타클로반과 인근 사마르섬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인명피해는 즉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은 태풍으로 동사마르주와 일로일로 주에서 최소한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으나 공식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온라인 매체 인콰이어러넷도 이날 오전 일로일로주의 콘셉시온 앞바다에서 3명이 탄 선박 1척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적십자의 한 소식통은 곳곳에서 통신이 끊어져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슈퍼 태풍'으로 분류됐던 하구핏은 이날 오전 중심부 부근의 최대 풍속과 최대 순간 풍속이 각각 시속 140㎞와 170㎞의 2등급 태풍으로 세력이 약화된 것으로 관측됐다.
하구핏은 시속 15㎞로 서북서진해 오는 8일 오전에는 수도 마닐라 남쪽 약 120㎞ 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라 인구 1200만 명의 마닐라에는 많은 비가 내리는 외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방재당국과 기상청은 태풍 하구핏의 반경 500㎞ 이내에 시간당 최대 30㎜의 폭우가 쏟아져 여전히 산사태와 홍수 등의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오는 8일 운항 예정이던 항공편 66편이 운항 취소되고, 하구핏이 지나는 주요 도시의 각급 공사립 학교에도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에 앞서 알바이와 카탄두아네스, 소르소곤, 마스바테 등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모두 30개 주에서 71만 6000여 명이 학교, 공공체육관 등지로 대피했다.
그러나 일부 소식통들은 이날 현재 해안과 저지대 주민 수백만 명이 대피소 신세를 지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군 12만 명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필리핀 공군은 상황이 진정되면 약 30대의 항공기를 동원, 본격적인 구호작전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미국은 필리핀의 태풍 피해와 관련해 C-130 허큘러스 수송기 9대와 해상 초계기 P-3C 오리언 3대를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필리핀통신(PNA)이 전했다.
필리핀의 한 군 소식통은 미국 외에 호주와 일본, 싱가포르, 영국,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태국 등 11개국이 구호복구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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