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2011년 상금왕>
이대호·오승환도 환차손…내년 연봉 6억~8억원 줄어
류현진·추신수는 5~10% 인상효과…달러 강세 혜택
[ 최만수 기자 ]
안선주(27) 이대호(32·소프트뱅크) 오승환(32·한신) 등 일본에 진출한 한국 스포츠 스타들이 올해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도 울상이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로 실질적인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서 활약하는 류현진(27·LA 다저스)과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는 달러 강세의 혜택을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안선주 상금가치 30% 줄어
안선주는 올해 3년 만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상금왕을 탈환했고 평균타수 부문 1위에 오르며 2관왕을 차지했다. 그가 올해 받은 상금은 1억5307만엔으로 2011년의 1억2792만엔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액이다.
하지만 원화로 환산할 경우 안선주의 실질적인 상금은 2011년보다 크게 줄어든다. 현재 940원대의 환율을 적용하면 올해 안선주의 수입은 약 14억2000만원으로 3년 전보다 30% 이상 적다. 안선주는 2011년 100엔당 1500원대를 넘나들었던 환율 덕분에 약 18억5000만원의 상금 수입을 올렸다. 체류 비용 등을 고려하면 미국에서 활동하던 신지애나 최나연보다 ‘알짜’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엔저 현상이 이어진다면 안선주가 예전만큼의 소득을 올리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대호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도 사실상의 연봉 하락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4번타자로 활약하며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대호의 연봉은 4억엔. 올해 초만 하더라도 42여억원에 달했지만 지금 같은 엔저가 이어질 경우 내년 그의 연봉은 36억원 정도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6억원은 이대호가 전성기 때인 2011년 한국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시절 받았던 연봉이다. 환차손 때문에 한국에서 받았던 연봉만큼 손해보는 셈이다.
2년간 7억엔을 받는 오승환의 환차손도 만만찮다. 올해 초 73억5000만원에 달했던 그의 수입은 최근 환율을 적용할 경우 65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2011년 일본 지바 롯데와 3년간 총액 7억엔에 계약했던 김태균이 엔고 현상 덕분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만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류현진과 추신수는 달러 강세 덕분에 5~10%가량 연봉 인상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내년 400만달러(약 44억6000만원), 추신수는 1857만달러(약 207억1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양현종 일본 진출도 빨간불
엔저 현상은 스포츠 선수들의 일본 진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각에선 당초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장원준이 국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으로 방향을 튼 것도 엔저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장원준은 두산 베어스와 4년간 84억원에 계약했다. 장원준과 비슷한 스타일의 좌완 투수 나루세 요시히사가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팀을 옮기며 3년간 6억엔(약 56억원)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그가 일본에서 한국만큼의 연봉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예상이다.
헐값 이적료로 미국행이 좌절된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진로를 일본으로 바꿨지만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KIA 구단은 ‘합당한 이적료’를 승인 조건으로 들고 나왔는데 과거와 달리 국내 FA 몸값이 크게 오르고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만족할 만한 조건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선수들은 엔저에도 꾸준히 일본 무대에 도전할 전망이다. 특히 남자 프로골퍼들은 내년 대거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도전장을 냈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상금왕 김승혁도 일본 상금왕을 목표로 내걸었다. KPGA 환경이 워낙 열악한 탓에 엔저에도 일본 무대가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KPGA투어의 최고 우승상금은 10억원이지만 JGTO 최고 대회인 던롭피닉스토너먼트는 우승상금이 2억엔(약 18억8000만원)에 달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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