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 모세와 람세스…숨막히는 형제의 난

입력 2014-12-04 21:04
수정 2014-12-05 03:56
새 영화 '엑소더스'


[ 유재혁 기자 ] “이번 전투에서 한 사내가 지도자를 구하고, 그 사내는 훗날 지도자가 될 것이다.”

이집트 점술가가 히타이트인들과 전장으로 떠나는 람세스 왕자(조엘 에저튼)와 모세 왕자(크리스천 베일)에게 던진 이 예언은 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감독 리들리 스콧)을 이끌어가는 추동력이 된다. 모세는 파라오가 될 람세스의 목숨을 구해주지만, 뒤늦게 자신이 히브리인이란 사실을 알고 40만 히브리 노예들을 이끌고 이집트 탈출을 시도한다. 두 영웅은 혈족에서 적으로 변한다.

3일 개봉한 ‘엑소더스’는 구약성서 중의 한 권인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만든 종교적인 대서사극이자 스펙터클한 시대극이다. 모세가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쟁취하는 영웅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는 종교적인 모티프가 강력하다. 히브리인의 족장(벤 킹슬리)은 “네가 태어난 해에 히브리인을 구원해줄 지도자가 나온다는 예언이 있었다”고 출생의 비밀을 얘기해준다. 또한 어린이 형상의 신(神)이 나타나 모세에게 임무를 주고 행동에 나서게 한다. ‘어린아이 같아야 천국에 들어간다’는 성경 구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일까. 그 유명한 바닷물이 갈라져 탈출하는 장면은 진화했다. ‘십계’에서는 성경에 묘사된 대로 바닷물이 절벽처럼 갈라졌지만 여기서는 ‘신의 기적’이라기보다 놀라운 자연현상처럼 느끼도록 연출했다. 썰물로 얕아진 바다 위에 해일이 덮치는 식으로 묘사한 것. 현대인들이 뉴스를 통해 실제 목격한 모습을 재구성한 듯하다.

고대 이집트 문명을 눈부신 비주얼로 보여주는 것도 강점이다. 장대한 파라오 석상과 스핑크스상, 피라미드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궁전과 정교하게 축조된 도시 건물들도 볼거리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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