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마음 속에 있다는 걸~"
이 익숙한 노랫말과 글귀는 지난 1974년 출시된 이래 40년 동안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오리온 초코파이의 TV광고 CM송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제품인 초코파이는 뛰어난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만 약 20억 개 이상이 팔리는 메가브랜드다.
초코파이는 수분 함유량이 높은 마시멜로우와 비스킷, 초콜릿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진 제품이다. 초코파이의 인기 비결은 단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맛에 있다. 오리온의 독자적인 기술로 탄생한 초코파이는 일반 비스킷과 달리 특수한 배합 및 제조 과정을 거친다. 이는 출시 직후부터 모양과 포장 디자인을 베낀 제품들이 쏟아졌지만 오리온 초코파이의 독주를 막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초코파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1970년대 들어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식생활 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소비자들이 좀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과자를 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오리온 연구원들은 전혀 새로운 제품, 복합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개발 의지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1970년대초 한국식품공업협회 주관으로 미국 등 선진국을 순회하던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은 한 카페테리아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보다가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약 2년여에 걸친 실험과 개발을 통해 수많은 시제품을 만들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1974년 4월 드디어 오늘날과 같은 초코파이가 개발됐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
1970년대 후반 경쟁사들이 유사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초코파이 매출이 역신장하기도 했다. 이때 오리온은 한국의 보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초코파이 '정' 캠페인을 도입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오리온 초코파이에는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미생물 변패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수분이 많은 제품일수록 미생물에 의한 변패가 발생하거나 풍미가 변하기 쉬운데, 이 기술을 토대로 세계 각국에 수출할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초코파이가 탄생할 수 있었다.
초코파이는 1990년대부터 중국, 러시아 등을 비롯한 해외 각지로 진출했다. 초코파이는 가장 한국적인 제품이 가장 세계적인 제품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제품의 브랜드 가치인 '정'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각 나라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에 접목, 판매 확대에 성공한 것이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2008년부터 하오리여우파이(초코파이 중국명칭, '좋은 친구'라는 의미) 포장지에 '인(仁)'자를 삽입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인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일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을 치르는 것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신랑, 신부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들의 결혼식에 와준 사람들에게 답례품으로 초코파이를 선물할 정도다. 지난해 약 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초코파이는 다른 제품들의 매출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09년부터 현지어로 정을 의미하는 ‘Tinh(띤)’이라는 단어를 초코파이 포장지에 넣어 친근감을 주는 데 성공했다. 조상 숭배 전통이 강한 베트남에서는 집안 사당에 조상을 모시고, 조상에 대한 감사와 집안의 행복을 기원하는데 오리온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초에는 초코파이 누적 판매량이 20억개를 돌파하면서 베트남 진출 8년 만에 누적 매출액 3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초코파이는 차를 많이 마시는 러시아 문화에도 잘 어울려 인기가 좋다. 지난 1990년대 초반 부산을 중심으로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의 초코파이 구매 붐이 일면서 처음으로 러시아에 진출했고, 1993년부터는 직접 러시아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의 국내 누적 매출액은 2013년 기준 약 2조1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며 "초코파이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글로벌 1등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최고의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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