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삼성-한화 '빅딜' 뒤엔 30년지기 변호사 있었네

입력 2014-12-02 21:51
수정 2014-12-03 14:03
태평양 이준기-광장 김상곤, 90일 작전 특명 맡아…"팀 동료에게도 비밀로 했어요"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학부때 국제법학회 활동
양 로펌의 M&A전문…협상 막판 절충안 수없이 고쳐
"친구사이 허물없는 대화…합리적 협상 가능했어요"


[ 정소람 기자 ]
30년지기 친구가 손을 맞잡고 ‘큰일’을 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건이라는 삼성과 한화 간 ‘빅딜’을 이끈 이준기 태평양 변호사(사법연수원 22기)와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23기) 얘기다. 대학 동기인 두 변호사는 이번 건에서 합리적인 협상을 통해 양 그룹이 ‘윈윈’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평가다.

이 변호사와 김 변호사는 두 로펌의 M&A 대표주자로 이번 빅딜에서 각각 삼성과 한화 측을 대리했다. 이 변호사는 SK가스의 동부당진발전 인수 딜을 맡아 성과를 거뒀으며, 김 변호사는 LG화학의 미국 나노에이치투오(Nano H2O) 인수 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석유화학 분야 M&A 경험이 많다.

삼성그룹과 관련한 M&A 건도 각자 여러 차례 수행했다. 앞서 제일모직 패션 부문의 에버랜드 매각 건에서는 두 변호사가 각각 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을 대리해 매각작업을 이끌기도 했다.

관건은 ‘보안’이었다. 한화 측은 이미 김승연 회장에게 협상을 재가받아 ‘90일 프로젝트’에 돌입했으나 정보가 새나가지 않으면서 빠르게 합의하기를 원했다. 삼성 측 역시 삼성종합화학과 테크윈, 탈레스 등 매각 계열사 관련자만 1만명이 넘는 만큼 동요가 없도록 외부에는 비밀로 부쳐야 했다. 김 변호사는 “딜을 담당하는 극소수의 변호사 외에는 같은 팀에 속한 변호사에게도 자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매각 건이 알려진 이후 로펌 내부 사람들도 놀랐다”며 긴박했던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두 변호사는 조심스러운 물밑 의견 교환을 거쳐 최종 협상 열흘 전에는 매일 양측 사무실을 오갔다. 한쪽이 의견을 내놓으면 다른 한쪽은 절충안을 제시하며 협상 문구를 수도 없이 고쳤다. 한화는 삼성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약속했고, 삼성은 한화의 정책에 화답해 삼성테크윈의 매각 가격을 크게 낮춰줬다. 또 삼성은 한화의 인수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금을 2~3회에 걸쳐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해줬고 대신 한화는 관련사 인수 후 생긴 이익을 일부 삼성에 주도록 하는 옵션 계약을 내주는 등 최종안까지 피를 말리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김 변호사는 “전례 없는 큰 딜이었지만 상대방이 오랜 친구이다보니 허물없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과정이 수월했다”며 “둘 다 관련 M&A 경험이 많아 서로 무리한 주장 없이 합리적인 선에서 협상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로, 학부 때 국제법학회 활동을 함께하는 등 오랜 인연을 쌓아왔다. 이 변호사는 태평양 입사 이전 광장에서 인턴으로 잠시 근무하는 등 ‘한솥밥’을 먹을 뻔한 경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초대형 딜을 성공시켰지만 두 사람에게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이 변호사는 “매각 관련사가 대부분 해외 진출사인 탓에 약 15개국에 각각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며 “각 국가 현지 로펌과의 협업하에 진행하겠지만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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