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사무직 초과수당은 과보호
사업장 내 쟁의행위도 금지하고
파업 중 외부인력 대체 허용해야"
박기성 <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
정부는 최근 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해 노동부문의 모든 문제를 노사 간 타협과 이에 따른 지원을 통해 일괄타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정부 부담만 가중될 뿐 해결될 수 없다.
노사정위원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노조원은 180만명으로 임금근로자의 10%, 취업자의 7%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법개정이 이 위원회에 상정되는 순간 대화와 타협이라는 미명 하에 노사관계는 정치화되고, 타협이 되더라도 엉뚱한 괴물이 나오게 된다. 이것이 이 위원회가 생긴 1998년부터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지금 강조돼야 할 것은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법과 원칙의 준수이고 노사자치다.
정부는 노동부문에서 파급효과가 가장 크고 상대적으로 쉽게 개정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노사정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국민을 직접 설득함으로써 추진해야 한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생산직만을 상정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다.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생산직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 산출물이 나오지만 관리·사무·연구·영업직은 근로강도와 업무속도를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고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 이들에게도 할증된 초과근로급여가 지급되거나 소위 고정OT(고정지급되는 연장근로수당)가 지급되는 것은 부당한 보호다.
미국에서는 근로자가 초과근로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대별된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돼 그에 따른 급여를 받지만 일부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도 근로자를 초과근로 인정 및 면제근로자로 대별해 인정근로자는 초과근로와 관련된 권리와 급여를 철저히 보장해 주고 면제근로자는 초과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모든 관리·감독·사무·영업·연구개발직은 면제근로자로 하고 기타직종 중에서는 연봉 상위 20%의 근로자를 면제근로자로 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면제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대폭 줄어 전체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이다. 또 임금이 시간급과 성과급으로 대별돼 통상임금 논의도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한편 임금을 생산성 수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모든 사업장에서 쟁의기간 중 외부인력을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있고 그 업무를 도급·하도급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노사관계가 시장 기제(메커니즘)에 의해 견제되고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쟁의기간 중 대체근로가 가능하려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사업장 밖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1997년 노동법개정 이전에는 쟁의행위를 사업장 내에서만 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파업을 워크아웃(walk out)이라고 하는데 파업을 하면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요시설에 대한 직장점거 파업을 금지하고 있으나 주요시설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실제로 모든 파업은 직장점거 파업이다. 직장 내에서 지속적인 시위·농성·소음 등으로 업무를 방해하지만 경찰력 등 공권력은 사용자가 요청을 해도 개입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수단은 직장폐쇄뿐이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직장점거 파업이 불법이므로 실질적으로 직장폐쇄가 파업과 더불어 시작되지만 한국에서는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는 노조보다 불리하다. 쟁의행위가 직장 밖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은 파업불참 근로자나 대체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소유권과 영업권 보호차원에서도 정부가 강력하게 집행해 나가야 한다.
박기성 <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