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에서도 인사 난맥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의 청와대 인사만 하더라도 그렇다.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은 이념적으로 이 정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누가 어떤 경위로 추천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선임은 절차위반이다. 내정 사실이 보도됐을 때 연합회 회원인 은행장들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다. 절차도 없이 누군가 ‘내 사람’을 심은 것이다. 어제 3명의 차기 은행장 후보를 내세운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의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행장에 내정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이뤄진 일이다. 별다른 설명 없이 소문대로 간다면 결국 낙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수첩인사’를 하는 것인지, 인사를 챙기는 비선이 따로 활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청와대 실세들이 대리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인지, 누가 호가호위하는 것인지 그게 궁금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우리 편’ 앉히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각자의 내 사람 앉히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 편에 대한 선호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정치란 것이 원래 파당이라고 생각하면 수긍 못 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내 사람’을 자리에 앉힐 때도 지켜야 할 규칙은 있다. 지금 청와대 비선 문제로 논란이 많지만 누군가의 호가호위는 필시 최고 권력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비록 ‘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으로서 하나의 표지가 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국민들 혹은 적어도 관련 분야에서는 인정돼야 한다. 그래야 국정의 일관성이 유지된다. 만일 해당 인사가 지연 학연 등으로 연결된 패거리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면 신뢰는 바로 금이 간다. 깜냥도 안 되는 인물들이 무리지어 다닐 때 인사가 꼬이고 국정은 골목길로 접어든다. 가벼운 악수조차 사진으로 만들어 팔아먹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정치판이다.
마침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6년 만에 부활했고 민간인을 수장으로 앉힌 인사혁신처도 활동을 시작했다. 어렵게 만든 시스템을 음지의 몇몇이 무용지물로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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