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상권지도 바꾼 '요우커'…터줏대감 자리에 화장품 매장

입력 2014-12-01 07:25
서울 명동에서 나름 '터줏대감' 역할을 해 온 업체 점포들을 제치고 화장품 매장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 임대료 상승으로 수익성이 나빠져 외식업체 등이 점점 명동을 떠나고, 그 빈자리를 요우커(遊客)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화장품 매장 등이 채우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에 따르면 올해 명동 상권의 1㎡당 월평균 임대료는 작년(75만60원)보다 17.6% 오른 88만2288원으로 세계 8위다.

1985년 명동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유네스코길에 문을 연 버거킹 명동점은 29년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달 15일 문을 닫았다.

버거킹이 나간 자리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화장품을 파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이 들어왔다.

버거킹 측은 "명동은 쇼핑하러 오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매장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며 "더 좋은 상권으로 이동하려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명동점의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명동의 유일한 대형서점이었던 영풍문고 명동점도 개점 약 5년 만인 지난달 31일 문을 닫았다.

건물주와 계약이 끝난데다 인근에 있는 종로점에 집중하려고 명동을 떠나는 것이지만, 유동인구중에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최근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영풍문고의 설명이다.

영풍문고가 있던 명동 눈스퀘어 지하 2층에 입점할 업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2009년에는 50여년간 자리를 지켜온 제화업체 에스콰이아의 명동 본점이 간판을 내렸다.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국내 안테나숍 역할을 한 명동점은 오픈 7년 만인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

버거킹 자리에 네이처리퍼블릭이 들어왔듯 명동의 빈자리를 화장품 가게가 거의 다 차지했다.

밀려오는 요우커들 덕분에 브랜드 별로 명동 지역 매장에서만 월 매출 수십억 원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6월 명동에 있는 화장품 소매점 수는 38개였지만 약 2년만인 지난달에 127개로 늘었다.

현재 명동 상권의 화장품 브랜드 별 점포 수는 네이처 리퍼블릭 10개, 이니스프리 8개, 잇츠스킨 7개, 더페이스샵·에뛰드하우스·토니모리 각 6개 등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