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시대' 대처법 (3)
중국 위안화를 국제 통화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중국 역내외 금리 및 가격 차이를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동시에 시장개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점진적 조치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잘 짜여진 로드맵에 따라 진행 중인 중국 정부의 일련의 정책들에서 호랑이처럼 매섭게 목표를 정하고 소처럼 신중하게 준비해 온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위안화 국제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중국 내 은행 간 장외 채권시장(CIBM·China Inter-Bank Market) 개방도 그중 하나다. CIBM은 국공채와 회사채 등 중국 채권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중국 채권 거래의 약 88%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중국의 채권은 한국 채권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본토의 위안화 금리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역외의 위안화 금리를 2%포인트 이상 웃돌고 있다. 금리 차이만 보더라도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CIBM에 진출할 유인(誘引)이 충분하다.
한국의 금융회사가 CIBM에서 거래하려면 ‘위안화 적격 외국인투자자’(RQFII) 자격을 획득하고 CIBM 자격을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 중국은 특정한 형식의 펀드에만 진입자격을 부여하는 등 RQFII의 CIBM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 무역결제에 참가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CIBM 진입을 특별히 허용하고 있다.
한국 금융회사의 CIBM 참여는 위안화로 결제하는 수출기업에 상대적 고금리를 제공함으로써 위안화 표시 무역금융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CIBM에 진출한 한국의 금융회사가 위안화 무역결제로 인한 여유자금을 고금리 위안화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회사는 역내외 위안화 상품 간 금리차를 이용한 재정거래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나아가 단순한 예금 형태가 아닌 위안화 연계 신용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 개발도 촉진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무역결제 통화가 위안화로 다변화되면서 미국 달러 일변도의 의존성도 줄일 수 있다.
CIBM 참여의 이점을 잘 아는 우리 정부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위안화 거래 활성화 방안’ 발표를 통해 한국의 은행들이 CIBM 진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정부는 CIBM은 물론 위안화 국제화 전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3일 한·중 정상 간에 이뤄진 위안화 활용도 제고 관련 합의 이후 한국 내 원-위안 직거래시장 개설, 위안화 청산은행 지정, 800억위안 규모의 RQFII 자격 부여, 적격 해외 기관투자가(QFII)를 통한 중국 시장 투자 확대, 한국 및 외국계 기업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장려 등 후속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강한 경제 체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위안화의 국제화에 지혜롭게 동참하면서 한국도 원화의 국제화와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 치밀한 중장기 플랜을 착실하게 실행에 옮겨나가기를 바란다.
신삼봉 <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전무 / 자금부 헤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