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거펠트가 극찬한
벨기에 디자이너 앤 드뮐미스터
예술가들과 끊임없는 실험
[ 김선주 기자 ]
앤 드뮐미스터는 벨기에 디자이너 앤 드뮐미스터가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브랜드다.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미술학교 출신인 드뮐미스터는 동문인 드리스 반 노튼, 마리나 리, 딕 반 셰인, 딕 비켐버그, 월터 반 베이렌동크 등과 함께 ‘앤트워프 식스’로 불리며 1980~1990년대를 풍미했다.
드뮐미스터는 의복의 구조적인 변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 해체주의자였다. 의복의 길이와 부피를 확장하거나 의복의 각 부분을 분리하는 등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각광받았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젊은 디자이너 중 가장 재능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부드러운 소재와 힘 있는 소재, 몸에 꼭 맞는 스타일과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스타일 등 상반된 요소들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기존 남성성과 여성성을 해체해 성별을 초월하는 스타일을 뜻하는 앤드로지너스 룩의 대표주자로 꼽혔다. 초창기 때부터 블랙, 화이트, 그레이 등 무채색을 주로 배치했다. 가죽, 깃털 외에 머리카락, 캔버스 등 실험적인 소재로 의상을 제작했다.
드뮐미스터의 대표적인 뮤즈는 시인 겸 가수인 패티 스미스다. 스미스는 일반적인 여성 가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예쁘고 우아한 스타일 대신 화장기 없는 얼굴, 깡마른 소년 같은 이미지를 고수했다. 남성용 정장, 셔츠를 즐겨 입는다.
드뮐미스터는 스미스의 이 같은 이미지를 통해 특유의 중성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00년에는 스미스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2006년 가을·겨울(F/W) 컬렉션 때에는 협업은 물론 스미스가 직접 무대에 모델로 등장했다.
드뮐미스터는 미국의 팝 아티스트 짐 다인, 사진 작가 스티브 클라인과도 꾸준히 협업했다. 그는 이처럼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협업 외에도 밀리터리 룩, 고스 룩, 펑크 룩, 다다이즘 등 다채로운 주제 아래 실험적인 의상을 발표했다. 거침없는 행보로 대중을 사로잡은 드뮐미스터는 그러나 지난해 11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표한 올 봄·여름(S/S) 컬렉션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올해 F/W 컬렉션은 ‘드뮐미스터 없는 앤 드뮐미스터’의 첫 작품이다. 드뮐미스터의 빈 자리는 앤 드뮐미스터 디자인팀이 채웠다. 당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질 샌더도 각각 수석 디자이너이자 창립자인 마틴 마르지엘라, 질 샌더 없이 디자인팀이 컬렉션을 발표했다.
앤 드뮐미스터의 F/W 컬렉션은 ‘기대 이상의 수작’이란 평을 받았다. 무채색을 기반으로 부드럽게 늘어지는 선 등을 통해 우아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주제는 몽상가들이었다. 강인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여성, 심약하면서도 낭만적인 면모를 갖춘 남성 등을 형상화했다. 세바스찬 뫼니에르를 신임 수석 디자이너로 삼아 지난 9월 발표한 2015년 S/S 컬렉션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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