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시장 격변] 항공·해운 비용 줄어 喜, 정유·신재생 에너지 悲

입력 2014-11-30 20:50
두 얼굴의 低유가


[ 박영태/이미아/최진석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당분간 감산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제유가 하락 속도가 빨라지자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탓에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석유화학·조선·건설·신재생에너지 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유류비 비중이 큰 항공·해운·물류 등의 업종은 기름값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줄어 ‘희색’이다.

◆항공·해운·자동차 ‘활짝’

항공업계에선 국제유가 하락을 반기고 있다. 항공물류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유류비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항공유 가격(MOPS)에 연동된 유류할증료도 함께 떨어져 항공 여객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주 노선을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류할증료는 현재 90달러로 3년8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2012년 4~5월의 392달러에 비하면 4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내려갈 때마다 연간 336억원의 유류비 절감 효과가 생긴다”고 전했다.

해운업계도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선박용 벙커C유 등 에너지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물동량 감소와 선박 공급 과잉으로 인한 운임 단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저유가로 인한 수익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자동차 산업도 수혜가 예상된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 경유 등 기름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정유·석유화학·신재생 ‘울상’

정유업계는 초비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실적난에 빠진 정유사들은 원유 재고 평가손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루 3000만배럴의 원유 재고를 갖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원유 재고 평가손만 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불요불급한 비용 절감 외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유화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국제유가 하락 덕에 4년 만의 최저치(배럴당 69달러)로 떨어졌지만 석유화학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채산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어서다. 중국 중동 인도 등의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이 겹친 탓이다.

조선도 대표적인 피해 업종이다. 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오일 메이저 업체들이 채굴 비용이 높은 해양플랜트 발주를 축소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작년 해양플랜트 수주금액이 80억달러였지만 올 들어선 27억달러짜리 한 건 수주에 그쳤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위축되면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산업도 저유가의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저유가 시대가 되면 각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주는 보조금을 축소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태양광 수요 증가 등으로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데 유가 하락으로 정부 지원책이 축소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영태/이미아/최진석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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