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연 기자 ]
국가대표 라면주(株)들이 주식시장에서 매운 맛을 보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를 맞았지만 점유율 하락과 3분기 실적 부진 등의 여파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매운 맛 라면주인 농심과 삼양식품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으로 추락했다. PBR 1배는 주가가 기업의 청산가치 수준이라는 의미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라면업체 1위인 농심 주가는 올 하반기들어 14% 하락했다. 31만원대에서 출발한 주가는 이달 26만원대로 떨어졌다.
농심의 하락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농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 27% 감소한 4313억원과 131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진한 라면 매출이 실적 발목을 잡았다. 같은 기간 라면 매출액은 3107억원으로 9% 줄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한 원인은 면류 시장이 약 4%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라면시장 점유율이 60.9%로 전년 대비 약 4%포인트 하락한 것도 실적을 끌어내린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 주가도 23% 뒷걸음질쳤다. 올 상반기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장중 3만2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최근 2만2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주가를 끌어올렸던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주춤한 모양새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에 출시된 제품이지만 지난해 한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월 7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편의점에서 용기면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월 매출액은 65억원 수준에서 정체됐다.
경쟁업체와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주가 발목을 잡았다. 시장조사기관 NC 닐슨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 9월 말 삼양식품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12.2%로 2위 오뚜기와 점유율 격차가 6.5%포인트로 벌어졌다. 삼양식품은 2012년 10월 10년 만에 오뚜기에 2위 자리를 빼앗긴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심 등 라면주의 실적이 3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에는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에리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계절성을 고려하면 라면제품의 판매량 증가가 기대된다"며 "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농심의 경우 판매가 늘면 점유율도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에서 수천억원대의 집단소송이 시작되면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은 농심 등 한국 라면업체를 상대로 현지 대형마켓 등이 신청한 집단소송이 요건을 갖췄다고 인정했다. 2012년 국내 라면업체들이 제품가격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 법원은 현지 대형마켓 등이 제시한 증거 자료를 검토한 뒤 집단소송 진행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소송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실제 소송이 진행되면 주가는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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