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업종 등 과보호가 '피터팬 증후군' 만들어
中企 지원-대기업 규제, 이원화된 정책 벗어던져야
[ 조진형 기자 ] 한국에서 구글이나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스타 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은 대기업 규제를 늘리는 제도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 혜택은 사라지고 각종 규제와 부담이 늘어나는 제도적인 구조 때문에 중소기업 수준에 머무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경제제도가 이른바 ‘기업 피터팬 증후군’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이다.
한국제도경제학회 추계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정부가 만들어내는 각종 대기업 규제가 역설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중소·중견기업에는 엄청난 댐이 설치돼 있어 기업이 성장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규제가 도사리고 있어 피터팬 증후군이 고착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견기업이 대기업 집단이 되지 않기 위해 매출 5조원이 넘어가기 전에 기업 분할을 한다”며 “성장하면서 규제가 보이는 순간 기업을 쪼갠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는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을 대기업에서 찾고 있다고 참석자들은 지적했다. 대기업이 단가 인하, 기술 탈취 등을 통해 거래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봉쇄한다며 하도급법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해를 막기 위한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지정하는 한편 대기업이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며 동반성장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중소기업의 성장 여력을 키워 성장사다리를 놓겠다면서 세제와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가령 대기업이 경영권을 상속·증여하면 최고 65%에 이르는 한계세율을 부담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가업상속특별공제를 통해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에 규제의 회초리를 더하고, 중소기업에 지원과 혜택을 더 늘리면 기업인 입장에선 중소기업으로 계속 머무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다”며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중소기업 비중이 매우 높고 대기업 비중은 낮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160가지의 혜택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규제가 들어온다는 말도 있다”며 “중소기업 지원과 대기업 규제로 이원화된 기업정책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수도권 입지규제 등 시장의 차별화 기능을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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