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업 투자 가로막는 '南美 타임'

입력 2014-11-26 20:51
수정 2014-11-27 03:48
강경민 기자 아순시온/지식사회부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지난 19일(현지시간) 비영리 시민단체인 글로벌피스재단(GPF) 주최로 열린 ‘글로벌피스컨벤션 2014’. 오라시오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과 중남미 전직 대통령 14명이 참석해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대규모 행사였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예정된 오전 9시30분보다 1시간 가량 늦게 열렸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회의 참석이 늦어진 탓이다.

전직 대통령급의 주요 거물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 개최가 1시간 가량 지연되는 건 국내에선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하지만 중남미 각국에서 온 정부 관료 등 현지인들은 당연한 일인 것처럼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회의 시작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한국인 재단 직원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개최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참석자들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아 곳곳이 빈 자리인 채였다.

재단 관계자는 “중남미에선 이처럼 회의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게 일상화돼 있다”며 “현지인들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시간 등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남미 타임’이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에 뿌리깊게 확산돼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카르테스 대통령은 지난 8월 한국을 방문,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불과 며칠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공식적으로는 내부 사정 때문이라고 통보했지만 실은 2개월 뒤 대만 방문 때 한국까지 함께 방문하려고 일정을 취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았다.

파라과이는 지난해 카르테스 대통령 취임 이후 친(親)시장 행보를 펼치고 있다. KOTRA 아순시온무역관 관계자도 “파라과이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의 문의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현지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게 남미 타임과 같은 불확실성이라고 KOTRA는 설명했다. 중남미 국가의 글로벌 기업 투자유치 노력은 ‘짝사랑’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제회의 개최가 1시간 늦어진 것을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강경민 기자 아순시온/지식사회부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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