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선정 2014년 최고의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 봤더니… 무(0)에서 유일(1)로- ① 독점은 나쁜가

입력 2014-11-25 07:00
수정 2014-11-25 15:01
전자결제시스템회사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스탠퍼드대에서 펼친 스타트업 강의. 한 학생이 필기한 강의록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센세이션이 시작됐다. 기업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주목한 아마존 선정 ‘2014년 최고의 책’. 월스트리트저널은 ‘제로 투 원(ZERO to ONE)’의 내용을 발췌한 ‘독점의 경제학’이란 피터 틸의 기고문을 비중 있게 실어 논쟁의 장을 열었다. 한경닷컴은 이 책의 국내 출간에 발맞춰 3회에 걸쳐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 제2의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될 순 없다. 검색엔진을 만들어서 제2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이 될 수도 없으며 또다시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가 될 수도 없다.”

메시지는 간명하다. 0에서 1이 되려면 창조가 필요하다. 무(zero)에서 유일(one)로.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틸이 제시한 화두다. 책은 ‘스탠퍼드대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란 부제를 달았지만 단순한 창업 지침서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 경영과 경제학 원리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펴내자마자 각국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논쟁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경쟁은 선(善)이고 독점은 악(惡)인가?

틸은 경제학의 기본개념인 ‘완전경쟁’과 ‘독점’을 대비해 설명한다.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는 완전경쟁 하에서 모든 회사는 차별화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며, 어느 회사도 이윤을 창출할 수 없다는 것. 반대로 독점은 다른 회사들은 비슷한 제품을 내놓지 못할 만큼 자기 분야에서 탁월해 경쟁자가 없는 것을 가리킨다. 곧 ‘창조적 독점’이다.

물론 이때의 독점은 불법적 악덕기업이나 정부의 비호를 받는 기업의 그것을 뜻하지 않는다. 이른바 0에서 1을 이뤘다는 의미다. 틸은 대표적 사례로 검색 분야의 구글을 든다. 창조적 독점은 ‘구글은 경쟁자가 없다’란 말로 요약된다.

그가 던진 대담한 질문은 경쟁과 독점에 대한 통념을 깨뜨린다. 틸은 경쟁과 독점, 자본주의의 상관 관계를 재정의한다. ‘자본주의와 경쟁은 서로 상극이다’ 같은 언급이 그렇다. 경쟁을 가치로 보지 말고 파괴적인 것으로 인식하라는 주문도 읽힌다.

틸은 물리학을 들어 현상을 설명한다. 경제학자들이 경쟁에 집착하며 완전경쟁을 이상적 상태로 말하는 이유는 물리학 모형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는 경쟁을 통한 완벽한 시장 균형을 꼬집어 “19세기 물리학이 예측한 장기적 균형은 모든 에너지가 균등하게 분배되고 모든 것이 멈춰 선 상태” 즉 ‘우주의 열역학적 죽음’에 비유한다.

경쟁은 필요한 것이며 경쟁해야 건강한 것이다. 이처럼 선입견으로 굳어진 경쟁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사고를 왜곡시킨다는 게 틸의 통찰이다. 반대로 그는 “경쟁을 더 많이 할수록 우리가 얻는 것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틸에 따르면 독점은 결코 병적 현상이나 예외적 현상이 아니며 ‘모든 성공적 기업의 현 상태’로 규정된다.

물론 독점 예찬론에 논쟁의 여지는 있다.

틸의 주장대로 자본주의와 경쟁은 정말 상극인가. 경쟁은 자본주의의 기본요소, 또는 배태된(embedded) 형질 아닌지? 자본주의 체제 자체와 기업경영에서의 수익 창출 개념을 혼란스럽게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독점’과 ‘시장지배력’을 혼동한 대목도 있다. 틸이 제시한 독점기업의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보다 정확한 개념일 수 있다.

틸이 강조한 것처럼 경쟁은 독점에 비해 이윤을 깎아내린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 기업이 최저비용 구조를 갖추는 순기능은 간과한 면도 있다. 그가 완전경쟁의 이론적 허구성을 지적했듯, 마찬가지로 ‘경쟁은 수익을 저하시킨다’는 일반론을 여과 없이 현실에 적용한 것도 문제다.

세밀한 개념 정의나 이론적 관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틸의 주장엔 고정관념에 반하는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학자로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틀이 아니라 기업가이자 투자자로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론을 설파하기 때문이다. 기업 생존과 발전의 롤모델을 예리하게 포착해 현실적 설득력을 얻는다. 다음의 결론이 도출된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2편에선 경쟁에서 탈피해 독점에 성공한 사례를 살펴본다. 틸이 말하는 창조적 독점의 구체적 조건과 주목할 만한 특징을 소개한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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