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발루 위기는 세계인의 문제 깨달은 계기됐죠"

입력 2014-11-24 21:09
수정 2014-11-25 05:02
한국의 수산업 전진기지·외교 우방
해수면 연평균 5.3㎜ 상승
생활터전·생태계 파괴 관심 '촉구'


[ 김대훈 기자 ]
“자연과의 공존이 중요하다. 정말 행복하고 싶다면 자신을 돌아보라.”(헨리 투아케우 푸나 쿡제도 총리 겸 외교장관)

‘피지, 투발루, 키리바시….’ 관광지로 잘 알려진 태평양 연안의 조그만 섬나라에서 온 외교장관들이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국내 대학생 100여명과 마주앉았다. 환경 문제와 자원으로 주목받는 태평양도서국과 한국의 젊은 세대 간 소통을 위해 외교부가 마련한 ‘태평양도서국 토크 콘서트’ 자리였다.

호주와 뉴질랜드 연안의 14개 섬나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은 피지, 키리바시,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연방, 나우루, 팔라우, 파푸아뉴기니, 사모아, 솔로몬제도,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쿡제도, 니우에 등이다. 이들 도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자연재해에 취약한 공통점이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편이지만 자원이 풍부해 중국과 일본 등이 경쟁적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본지 11월24일자 A39면 참조

이들 섬나라 외교장관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초청으로 23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2차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 앞서 타우켈리나 피니카소 투발루 외교장관이 나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인구 1만여명의 소국인 투발루는 해수면이 연평균 5.3㎜ 상승해 국토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겨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섬나라다. 피니카소 장관은 “투발루는 수산물에 의존하고 있는데 해수면 상승으로 생활 터전이 침수되는 것은 물론 사이클론 등으로 해양 생태계도 파괴돼 심각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주를 원치 않는다. 투발루를 살리면 세계를 살릴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대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학생이 태평양도서국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를 묻자 푸나 쿡제도 총리 겸 외교장관은 “우리가 가진 것 이상을 원하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 된다”고 답했다. 행사에 참석한 송영은 씨(25·숙명여대 법학부)는 “우리의 생활이 다른 나라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삶의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들 태평양도서국가는 2012년 열린 여수엑스포를 유치하는 데 도움을 준 주요 외교 우방국”이라며 “한국 수산기업들의 참치 어획량 중 98%가 이 지역에서 날 정도로 수산업 전진기지로서의 의미도 크다”고 설명했다.

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행사에 이어 25일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경제협력과 기후변화 등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또 영등포 아리수정수센터 등 산업 현장을 둘러보고 난타공연 등 문화체험 행사에도 참석한 뒤 26일 본국으로 돌아간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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