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감만부두 선석 1개 반납하겠다"

입력 2014-11-24 20:59
수정 2014-11-25 04:01
물동량 급감…경영난 심각

대형선사, 신항으로 옮겨가
물동량 절반으로 감소
운영社 통합에도 경영 악화

업계 "정책 오류가 원인"
정부 "선석 반납 안된다"


[ 김태현 기자 ] 부산 북항의 부두 운영사가 선석 1개를 반납하기로 하는 등 북항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영사들이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과당 운임경쟁에다 북항에서 신항으로 물량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선석 운영관리권을 갖고 있는 부산항만공사는 원칙적으로 임대차계약이 끝나기 전 선석 반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부두운영회사와 부산항만공사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항만공사는 세방, 인터지스, 한진해운으로 구성된 감만부두 통합운영사인 부산국제터미널(BIT)이 최근 ‘감만부두 1개 선석 반납 요청’ 공문을 보내왔다고 24일 발표했다. 부산국제터미널은 지난해 12월 통합으로 정부에서 1년간 부두 임대료 15% 감면 및 임대료 15% 납부유예와 부두운영 전산통합 비용을 지원받고 있지만 줄어드는 물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동량 줄고 고정비용 높아

BIT는 공문에서 “북항의 지속적인 물동량 감소와 경영수지 악화로 기존 감만부두 운영사 3곳이 통합해 BIT를 운영해왔지만 북항과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간 과당경쟁으로 BIT에 기항하던 K-라인 등 일부 선대가 이탈하면서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 악화를 개선하려고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시행해 7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지만 고정비 비중이 높아 누적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현재 운영 중인 3개 선석 가운데 1개 선석을 반납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부산항만공사는 원칙적으로 선석 반납을 받아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사 관계자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선석 부분 반납 요청을 받아주면 북항의 다른 운영사들도 선석을 반납할 가능성이 높아 부산항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긴다”며 “부두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2017년까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하역료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인가제가 시행된다면 부두운영사 간 덤핑이 방지돼 운임이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사가 선석 반납에 나선 것은 화물이 줄어 더 이상 선석을 운영하기 어려워 사업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BIT는 출범 8개월여 만인 올해 7월 초기 자본금 258억원이 거의 바닥이 날 정도로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 부산항만공사에 낼 임대료 50억원도 체납했다. 주주사인 세방, 인터지스, 한진해운도 유상증자에 부정적인 데다 금융권 대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덤핑경쟁과 항만개발 공급 실패

한때 호황을 누렸던 북항이 선석 반납에 나서는 등 위기에 빠진 것은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당초 올해 목표치를 145만개(약 6m짜리 컨테이너 기준)로 잡았지만 두 차례 하향 조정한 끝에 100만개 이하로 낮췄다. 북항에 기항하던 대형 선사들이 신항과 인근 항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북항의 물동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데다 하역료도 정상 수준(개당 6만원 선)에 못 미치는 4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감만부두 운영사 통합을 서두르면서 운영사 통합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경영 악화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 비중이 높은 채로 운영사를 합치는 바람에 경영 악화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신항을 건설하면 신규 물량이 창출돼 신항과 북항이 동반 성장한다는 당초 전망과 달리 북항 물량이 신항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북항이 추락하고 있다”며 “신항 개발 시기와 수요공급 조절에 실패한 정부의 정책 오류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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