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제3회 '스마일 재능나눔 캠프'
지난 14일 충북 서산군 운산면 여미리 마을. 인구 200명 남짓한 조용한 시골마을이 활기를 띠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스마일 재능나눔 캠프’가 열렸기 때문이다. 3회째인 이번 캠프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노후 주택을 수리해주기 위한 것.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와 학생 13명, 한국국제대 건축과 학생 5명, 조경기술자, 화가, 개별 참가자 등 27명이 재능기부자로 나섰다.
삼국시대부터 명당으로 소문난 여미리 마을에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온기가 더해지자 마을 전체가 잔칫집처럼 들떴다. 참가자들이 숙소로 사용할 마을회관에는 떡과 과일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손님을 맞는 부녀회원들의 손길이 분주하고, 마을 어른들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마을회장 맹재덕 씨는 “마을이 활기를 띠고 사람 사는 동네 같아서 좋다”며 “젊은 사람들이 자주, 그리고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단한 입촌식을 마치고 마을을 둘러보며 여미리 곳곳을 소개하는 시간. 참가자들의 얼굴은 소풍 나온 듯 해맑다. 시골의 정취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참가자 몇몇은 더 신이 났다. 농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인심, 좋은 먹거리, 아련한 옛 추억까지 상기할 수 있으니 좋을 수밖에….
이번에 수리할 집은 모두 세 채. 청소와 도배를 하는 실내 작업팀, 외벽에 벗겨진 페인트를 벗겨내 새로 칠하고 마당을 정리하는 외부 작업팀, 마을에서 기증받은 나무를 캐서 옮겨 심는 팀으로 나눠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의 전체 지휘를 맡은 김학래 한남대 교수는 “학교의 틀에 갇혀 있던 학생들이 농촌 실정과 나눔의 기쁨을 알게 돼 좋다”며 “설계실에 앉아 밤을 새우던 학생들이 작은 힘이나마 도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좋은 교육이 된다”고 흡족해 했다.
건축학과 학생들인 만큼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집을 고침과 동시에 실무 경험도 쌓으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재능나눔이라는 얘기다.
여미리 주민 유옥길 할머니(77)는 손자·손녀 같은 젊은 참가자들에게 커피를 대접했다. 유 할머니 집의 담장에 페인트를 칠하던 민경아 씨(21)는 “스마일재능뱅크를 통해 ‘나누미(美) 캠프’에 대해 알게 돼 지난번 전북 김제 부량면 하방마을에서 열린 ‘벽화 그리기 캠프’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참가했는데, 깨끗해진 벽을 보고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보니까 우리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나고 마음이 벅차요. 친구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눔의 기쁨이 제 주변으로 번져나가는 것 같아서 보람차요.”
세 팀으로 나눈 참가자들 중 한 팀은 부녀회원들이 운영하는 마을식당인 ‘디미방’ 입구에 모였다. 이웃 마을에서 기증한 나무를 캐러 가기 위해서다. 캠프에 참가한 조경기술자와 청년 두 명이 부녀회장과 함께 길을 나섰다. 뿌리가 다치지 않게 흙을 살살 파내고 뿌리에 붙어 있는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천으로 잘 여미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나무를 어깨에 진 대학생 황진우 씨(25)는 “시골에서 오래 살아서 이런 일에 능숙하다”며 “농촌에 오면 옛날 생각이 나서 좋다”고 했다. 황씨는 또 “불편하게 사시던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도 좋다. 마치 어르신들의 가려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드리는 기분”이라며 즐거워했다.
노후 주택 개보수가 끝나자 도자기 만들기 체험, 바비큐 파티 등이 이어져 참가자들은 농촌마을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 서로의 삶을 통해 각자의 상황을 돌아보고 따뜻하게 보듬는 것, 감사와 보람의 기쁨을 마음에 새기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이것이 재능나눔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가치 아닐까.
나누미캠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여는 ‘나누미(美 ) 캠프’는 도시민이 농촌에서 2박3일 동안 현지 주민과 깊이 소통하면서 농촌체험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재능나눔 확산 프로젝트다. 농식품부는 농촌 재능나눔을 확산하기 위해 ‘나누미(美 ) 캠프’뿐만 아니라 ‘행복마을 콘서트’ ‘재능나눔 행복버스’ 등 다양한 나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재능나눔 참가를 희망하는 단체와 개인, 재능이 필요한 농촌 마을은 스마일재능뱅크 누리집(smilebank.kr)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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