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에 2800억 지원…신한울 1~4호기 건설 합의
울진 원전 총 10기로 늘어
원전 예정지 삼척·영덕 주민갈등 해소 '신호탄'
鄭총리, 영덕주민 설득 나서
[ 김재후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21일 원자력발전소 신한울1~4호기를 경북 울진에 짓는 대신 울진군에 총 2800억원을 지원키로 합의한 것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곳곳에서 원전 건설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수도권 송전망 확충,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설치 등을 앞두고 향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민들이 어떻게 갈등을 조정하고 ‘상생 논의’를 이끌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을 찾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15년 만에 협상 타결
전력당국은 이번 합의로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1·2호기 외에 3·4호기를 추가로 지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22년부터 울진에는 현재 운영 중인 6기를 더해 총 10기의 원전이 가동될 전망이다. 울진에서 생산될 전력은 총 1150만㎾로 4인 기준 230만~380만가구가 쓸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이날 정부가 울진 북쪽에 위치한 영덕에도 원전 2기를 추가로 짓기로 확정함에 따라 경북 울진~영덕에 자리잡은 원전은 총 12기로 늘어난다. 현재 운영 중인 한국 원전(23기)의 절반가량이다.
신한울1~4호기 건설을 둘러싼 한수원과 울진군 간 협상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진군은 추가 원전 건설 시 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수원에 지원금을 요청했다. 한수원은 처음엔 600억원 수준의 지원금을 제시했고, 울진군은 14개 사업에 5000억원을 요구했다.
이 같은 격차는 15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2800억원으로 결정됐고 이날 양측은 ‘신한울 원전 건설 관련 8개 대안사업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향후 울진군에 △종합체육관 건립 △북면장기종합개발 계획 시행 △관동팔경 대교 가설 △울진 상수도 확장 △자율형사립고 건립 운영 등의 사업을 지원한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서명식에 참석해 “어려운 협상 끝에 일궈낸 값진 성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에너지 수급 문제와 지역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상생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규 원전 건설 속도전
정부는 울진군과의 이번 합의가 강원 삼척과 영덕 등 원전 건설 예정지인 다른 지역과의 협상을 풀어나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정 총리는 울진 방문 직후 영덕을 찾아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주민들이 건의한 △도시가스 확충 △의료서비스 확충 △관광산업 지원 △신항만 건설 등에 대해 “정부가 적극 검토한 뒤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총리실은 곧장 자료를 배포해 “영덕 원전 건설에 따른 지원금을 총 1조5000억원으로 책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가 원전 관련 시설을 받아들이는 지자체엔 반드시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자체 주민투표 결과 ‘원전 유치 반대 84.97%’를 앞세워 원전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삼척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주민투표가 법적 효력이 없는 데다 지자체의 정치적 명분보다는 지역경제 활력 등을 감안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여론도 일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겠지만 경우에 따라 내년 발표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삼척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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