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51) 소셜커머스 품질 관리자

입력 2014-11-21 18:11

“늦은 밤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시간은 밤 12시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잠을 청할 수 없다. 오히려 정신을 차리고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흔한 밤 풍경이다. 이들은 밤 12시가 되어도 잠자리에 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그날 제시한 거래를 마감하고 내일 거래될 새로운 상품을 등록하는 시간이 자정이기 때문에 밤 늦게까지 소비자들이 대기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초조하고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할인가에 사지 못할까 걱정돼 초조하고, 내일은 어떤 상품이 얼마나 착한 가격에 선보일지 기대돼 두근거린다.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마음이 이들과 같을까. 이처럼 소셜커머스의 밤은 낮보다 분주하고 요란하다. 마치 고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처럼.

그루폰 등은 ‘가격차별’

소셜커머스는 특정 상품의 구매자 수가 목표 이상이 되면 해당 상품을 싼값에 제공하는 전자상거래의 일종으로, 2008년 미국의 온라인 할인업체 그루폰(Groupon)의 등장을 계기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루폰은 구매량이 정해진 기준을 초과할 경우 정상가보다 인하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런 거래 방식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전 세계적인 소셜커머스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루폰이 구상하고 시행한 소셜커머스라는 거래 방식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차별이란 동일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컨대 100원밖에 없는 사람에게는 100원에 상품을 팔고, 500원을 지급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에게는 50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이런 가격차별은 시행 방법에 따라 1~3급으로 구분되는데, 모든 소비자에게 그들이 지급할 용의가 있는 최고의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1급 가격차별’이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1급 가격차별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 현실에서 실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들의 지급용의가격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설사 가능해도 파악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실에서는 주로 상품이나 소비자를 구분하는 형태의 가격차별이 시행되고 있다.

구입자·구입량 따라 다른 가격

상품을 구분하는 가격차별은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의 구입량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거나, 일정 기준에 따라 구분한 상품의 단위별로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가격차별을 일컬어 ‘2급 가격차별’이라고 하는데, 마트에서 라면을 여러 개 묶어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한 통화시간이나 데이터 사용량을 일정 구간으로 나누어 가격을 달리 매기는 이동통신요금과 좌석 등급에 따라 다른 가격이 책정되는 공연장 티켓도 2급 가격차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품 대신 소비자를 구분하는 방식은 ‘3급 가격차별’이라고 한다. 3급 가격차별은 소비자의 가격에 대한 민감도, 즉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기준으로 한다. 여행을 목적으로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은 항공권 가격에 민감하고, 예약도 조기에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출장을 목적으로 하는 승객은 정해진 날짜에 비행기를 타는 것이 우선이므로 가격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고, 출발 일에 임박해 예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항공사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특성을 기준으로 동일한 등급의 항공권 가격을 달리해 판매하고 있는데, 이런 판매 방식이 3급 가격차별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놀이공원의 야간입장 요금, 영화관의 조조할인, 마트의 쿠폰발행 등이 3급 가격차별의 대표적인 예다.

한편 소셜커머스는 전체적인 거래 관점에서 보면 2급 가격차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정해진 구매 인원을 채워야 가격을 할인해 주는 소셜커머스는 구매 인원이 구매 수량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묶음 판매 시 가격을 깎아주는 2급 가격차별과 닮아 있다. 하지만 3급 가격차별의 속성도 가지고 있는 것이 소셜커머스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할인이 주된 목적인, 가격에 민감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즉, 소셜커머스는 정상가격에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소비자에게 차별적인 가격을 제공해 소비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3급 가격차별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소셜커머스 시장 3조원 육박

이와 같은 가격차별 원리가 적용된 소셜커머스는 할인을 원하는 소비자 심리와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판매자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효시 격인 그루폰은 2013년 매출이 50억달러를 넘었고, 50여개국에 진출해 2억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소셜커머스 시장도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결과 지난해 업계 규모가 3조원대에 이르렀다. 거래되는 상품도 고가의 가전제품부터 물티슈 같은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면서 또 하나의 쇼핑 공간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듯, 소셜커머스의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한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인 거래되는 상품에 대한 ‘신뢰’ 문제다.

“가격이 착하다고 품질까지 착할까.” “진품이 아니거나 하자가 있는 상품이면 어떡하지.”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최대 90%에 이르는 할인율이 납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물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미용업체 할인권처럼 매장에서 최종 소비가 이뤄지는 상품은 방문 시 차별대우를 받거나 원치 않는 상품을 추가 구매하도록 강요받지는 않을지 염려된다. 소셜커머스 품질관리자는 이런 소셜커머스 거래상의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신종 직업이다.

이들은 소셜커머스를 통해 거래될 상품이 적법한 것인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생산된 상품인지, 판매할 가치는 있는지 등의 여부를 꼼꼼히 따져 최종 거래 여부를 결정한다. 판매업체를 관리하는 일도 이들이 수행하는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소비자가 구매한 수량을 조달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업체와 조율하고, 수입품의 경우 정식 허가를 받은 상품인지 관련 서류를 챙긴다.

때로는 소비자로 가장하고 업체를 방문해 할인상품 구매자라는 명목으로 차별을 하는 것은 아닌지도 점검한다. 소비자에게는 믿음직한 친구이자 대리인이고, 판매자에게는 고객을 만나는 창구이자 신분을 감춘 암행어사가 소셜커머스 품질관리자인 셈이다. 판매자와 상품에 대한 신뢰를 고객에게 부여해 거래 성사를 돕는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소셜커머스 품질관리자. 소셜커머스 시장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에 틀림없다.

● 소셜커머스품질관리자

SNS를 통해 상품을 공동구매하는 전자상거래의 일종인 소셜커머스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품질을 검수하고 보증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로 할인가에 제공되는 상품에 대한 신뢰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상품과 판매자에 대한 검증과 관리를 담당한다.

● 가격차별

하나의 상품에 다양한 가격을 책정하여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증대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가격차별이 가능하려면 소비자를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각 그룹 간 지불용의금액이 달라야 하며, 소비자 그룹 간 전매가 불가능해야 한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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