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육로로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
21일 이 여사 방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북측과의 협의를 마친 뒤 도라산 출입사무소로 귀환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측)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여사님께서 고령이신데 평양을 방문하시겠다고 한 것을 굉장히 높이 존중하고 평가하면서 윗분의 뜻을 받들어서 나왔다'고 얘기했다"면서 이 같은 합의 사실을 전했다.
김 전 장관은 "우선 (방북) 경로 문제는 육로로 가는 것에 합의했고, 숙소도 지난번에 두 번이나 묵었던 백화원초대소로 가시는 것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끌었던 방북 시기에 대해서는 양측이 이날 합의하지 못하고 추가 협의를 하기로 했다.
김 전 장관은 "(방북) '시기와 인원 문제는 우리가 조금 더 의논하자. 여사님이 고령이기 때문에 서로가 돌아가서 의사분들하고 의논하고 해서 2차 협의를 통해서 최종 결정하는게 어떻겠느냐 했다"면서 "방북 시기와 인원에 관한 것은 여사님께 보고하고 의논한 다음에 2차 실무접촉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사실 오늘 모든 것(협의)이 끝난다고 생각을 안 했다"라며 "(북측에서는) '분위기가 좋을 때 빨리 오시죠. 오신다고 하셨으니 이렇게 됐을 때 빨리 오시는 게 좋죠'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여사측은 이르면 내주 중 북측과 다시 연락을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접촉에서 구체적 시기를 합의하지 못한 탓에 연내에 이 여사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 여사측은 이날 협의에서 이 여사의 방북이 이뤄질 경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은 "(북측에) 이희호 여사의 인사를 전했다"며 "이희호 여사께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평양 방문을 초청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그리고 평양에서 반갑게 만나기를 기대한다'라는 말씀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측에서) 그것을(김 제1위원장 접견) 갖고 '한다, 안 한다'는 말은 없었다"면서 "처음부터 원 부위원장이 '윗분의 뜻을 받들어 왔다'고 한 게 함축적이지 않나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이 여사는 방북시 어린이집을 방문하는 등 인도주의 행보를 할 계획이다.
김 전 장관은 "(이 여사가) 두 군데 어린이집, 애육원을 방문하는 것도 (북측이) 다 수용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슨 물품 원하는지 말씀해주시면 준비하겠다고 했더니 그분들이 '그렇게까지 염려를 마시고 여사님이 주고 싶은 물건을 주면 감사하게 받겠다'고 했다"며 "(북측에서) '2000년에는 고난의 행군을 하던 시절이기 때문에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김 제1위원장이 어린이들을 굉장히 사랑해서 사실은 예전보단 훨씬 나아졌고 지금은 다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전 장관을 비롯해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등 김대중평화센터 및 '사랑의 친구들' 관계자 7명은 이날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공단에 들어가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2시간가량 원동연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등 5명과 만나 이 여사의 방북 문제를 협의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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