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유학 북한 대학생, 강제송환 과정서 탈출

입력 2014-11-19 18:37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이던 북한 대학생이 자신을 강제송환하려던 북한 호송조에 공항으로 끌려가다 극적으로 탈출해 모처에서 은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경찰과 북한 유학생 한모씨가 다니는 국립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 측도 한씨의 소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는 특히 최근 북한 당국의 '장성택 잔재 청산' 작업으로 숙청당한 인물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외국에서 무리하게 강제송환을 시도한 이유로 보인다.

파리에서 공부하는 북한 유학생을 북한기관 요원들이 사실상 '납치'해 강제소환하려던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프랑스와 북한 간 외교 마찰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씨를 강제송환하려던 북한 호송조는 프랑스와 접경한 제3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이 제3국과 북한 간 외교 마찰도 예상할 수 있다.

라빌레트 건축학교 카롤린 르쿠르투아 부학장은 18일(현지시간) 이 학교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경찰이 지난 14일 한씨를 찾으러 학교에 왔다" 면서 "학교 측에서 학생과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씨의 소재를 알아봤으나 최소한 15일 이상 그를 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르쿠르투아 부학장은 "현재 프랑스 경찰이 한씨의 소재를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유학생들은 서로 감시하기 때문에 한씨가 2주 이상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춘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지 교민 사회에서는 제3국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는 국가보위부 요원이 이달 초 한씨의 집에 들이닥쳐 여권과 휴대전화, 열쇠 등 개인용품들을 빼앗고는 북한으로 송환하기 위해 공항으로 끌고가려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씨는 북한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가 숙청당하고 3나머지 가족과 친지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 것을 알고, 송환되면 자신도 함께 처형될 위험을 느끼고 탈출에 성공해 현재 지인의 도움을 얻어 모처에 숨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는 북한 핵 문제 등을 이유로 북한과 정식 수교관계를 맺지는 않았으나 파리에 북한대표부를 두도록 하고, 북한과 경제문화 교류를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11년 북한 유학생 10명을 초청, 프랑스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가운데서도 건축 부문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와 파리 벨빌 (Paris-Belleville) 건축학교에서 수학하게 했다.

한씨도 이들 중 한 명이다. 이들 북한 유학생은 모두 북한의 최고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던 수재들로, 부모들도 고위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주재 북한 대표부의 홍영 부대표도 장성택 처형 후 그의 측근 인사로 분류돼 북한에 소환됐다. 파리에서 출발한 홍 부대표는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환승해 북한으로 들어갈 당시 호송조에 감시당하는 모습이 목격됐었다.

북한 당국의 파리 유학생 강제송환 시도 사건은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처리와 맞물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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