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계좌번호 몰라도 모바일로 돈보내고 신용카드 없어도 후불…액티브x없이 결제 '핀테크' 빅뱅

입력 2014-11-19 07:10
IT·통신 기업들 결제시장 진출 본격화
은행·카드사도 모바일금융으로 '반격'

금융(financial) + 기술(technology) = 핀테크(Fintech)


[ 안정락 기자 ]
계좌번호 몰라도 모바일 송금, 신용카드 없이도 후불 결제, 액티브X 없는 간편결제….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금융’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이른바 ‘핀테크(Fintech)’ 혁명으로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혁신적 서비스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금융시장은 그동안 은행·카드사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침투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간편 결제·송금 서비스 봇물

대표적인 업체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다음카카오다. 이 회사는 지난 11일부터 신개념 모바일 송금·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선보였다. 뱅크월렛카카오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편리하게 돈을 보내거나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은행 계좌와 연결된 충전형 가상계좌인 ‘뱅크머니’를 통해 넣어둘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0만원이고, 하루에 최대 1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전자결제대행(PG) 회사인 옐로페이는 신용카드 없이도 후불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 쇼핑몰 등 판매업체가 소비자의 신용등급에 따라 일정 금액의 월간 한도를 부여한 뒤 외상으로 물건을 파는 형식이다. 물건 값은 소비자가 미리 등록해 놓은 은행 계좌에서 매월 빠져나간다. 인터파크의 경우 신용등급 1~5등급인 소비자에게 월 30만~100만원까지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PG사인 페이게이트는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없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페이게이트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과 손잡고 지난 9월부터 액티브X 없는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그동안 사용이 불편했던 공인인증서를 확실히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핀테크 사업 뛰어드는 통신업체들

통신업체들도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BLE 페이먼트’라는 오프라인용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를 개발했고, KT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올레 앱 안심인증’ 서비스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자사의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나우’에 개인 간 송금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다음카카오가 선보인 뱅크월렛카카오에 대응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페이나우의 송금 서비스는 뱅크월렛카카오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가상계좌 등을 이용해 충전한 뒤 돈을 보내거나 받는 구조다.

SK플래닛은 OK캐쉬백 포인트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OK페이’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는 전국 미니스톱 편의점에서 쓸 수 있다. KG모빌리언스와 제휴해 선보인 서비스로 ‘엠틱’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생성되는 일회용 바코드를 단말기에 스캔한 뒤 보유한 포인트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사용자의 OK캐쉬백 포인트가 모자라면 나머지 금액은 휴대폰 결제로 낼 수도 있다.

시장 선점 위한 글로벌 합종연횡

스마트 금융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 간 합종연횡도 강화되는 추세다. 국내 1위 PG사인 KG이니시스는 인터파크가 최근 문을 연 글로벌 쇼핑몰 사이트에서 외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알리페이 페이팔 등으로 결제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갖췄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자회사로 8억2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중국 온라인 결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페이팔은 미국 이베이의 자회사로 지난해 거래액이 18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회사다.

효성 관계사인 갤럭시아컴즈도 최근 중국 텐센트의 결제 자회사인 텐페이와 제휴해 인터파크 쇼핑몰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텐페이는 국내 휴대폰 결제 업체인 다날과도 제휴를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옐로페이와 제휴해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권도 변화 움직임

국내 금융회사들도 핀테크 흐름에 맞춰 IT 전문 인력을 채용하며 전문 부서를 만드는 등 조직 변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온라인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 전문 인력을 꾸준히 뽑고 있다. 빅 데이터에 주력하는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잇달아 데이터분석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했다.

은행들은 새로운 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뱅크월렛카카오 전용 통장인 ‘하나월렛통장’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통장을 뱅크월렛카카오 충전 계좌로 등록하면 100만원 이하 잔액에 연 1%의 금리를 주고, 월 세차례 또는 5만원 이상 충전하면 최고 연 2%까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이 논의되는 등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금융사들은 내부 혁신을 통해 핀테크 혁명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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