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개정안 막아라"…한전KDN, 與野의원에 조직적 '입법 로비'

입력 2014-11-18 21:20
수정 2014-11-19 03:57
직원 568명에 후원금 기부 지시

팀 꾸려 의원실 수시로 방문
매출 큰 타격 입는 개정법안
'공공기관 제외' 내용 담아 통과

전순옥 의원 "로비 없었다"


[ 김태호 기자 ] “법안이 통과되면 회사에 큰 손해다. 입법을 막아라.”

2012년 11월 국회에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김모 전 한전KDN 사장(58)은 바빠졌다. 소프트웨어사업에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이 법안이 통과되면 매출 절반을 한전에 의존하는 한전KDN 측엔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사장은 즉각 긴급회의를 소집해 ‘소프트웨어사업 대처팀’을 발족시켰다. 이 팀의 역할은 ‘입법 로비’였다. 대처팀 직원들은 수시로 국회의원실을 찾았다. 개정 법안에 ‘제한 기업 중 공공기관은 제외한다’는 조문을 삽입해 달라는 로비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의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성의’도 보였다. 김 전 사장은 한전KDN 직원들에게 법안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에게 10만원씩 후원금을 낼 것을 지시했다. 김 전 사장 지시로 후원금을 낸 회사 직원이 568명에 달했다. 법안을 발의한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비례대표)에게 가장 많은 1816만원이 갔다. 함께 발의에 참여한 야당 의원 1명, 여당 의원 2명에게도 적게는 995만원, 많게는 1430만원의 후원금이 전달됐다.

법 개정은 한전KDN 측이 원하는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전 의원은 2013년 2월 사업 참여 제한 대상에서 공공기관을 제외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한전KDN 측의 ‘정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이후 6월에 열린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책 300권(900만원 상당)을 구입했다. 해당 법률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3월 말 시행에 들어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자사 직원들을 시켜 이 같은 후원금 기부를 요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김 전 사장을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전 의원 등 4명의 의원 보좌진에 대해서도 관련 혐의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곧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한전KDN 직원들은 출장비도 착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직원 358명은 출장을 가지도 않고 4160회에 걸친 허위 보고로 출장비 11억2000만원을 착복했다. 경찰은 출장비 1000만원 이상을 챙긴 김모씨(41) 등 17명과 허위 출장을 승인한 문모씨(53) 등 21명도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사장 등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며 “의원실이 후원금을 받은 대가로 법 개정 활동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공공기관이 공공부문 발주 사업에 참여하지 못해 외국계 대기업이 수주하는 등의 상황을 막아보자는 취지”라며 “법 발의 과정에서 한전KDN으로부터 어떤 로비도 받은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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