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입성 FNC엔터...일본과 중국서 모범생 전략 승부
[ 권민경 기자 ]
"동방신기(에스엠)가 세련된 '청담동' 스타일 이라면 빅뱅(와이지엔터)은 거칠고 야성적인 '마포' 느낌이죠. 씨앤블루(에프앤씨엔터)는 딱 '목동'의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예요"
다음 달 4일 증시에 입성하는 가수 씨앤블루 소속사 에프앤씨(FNC)엔터테인먼트(이하 에프앤씨) 정명훈 부대표의 말이다.
이 회사는 씨앤블루를 비롯해 FT아일랜드와 AOA 등 아이돌그룹을 소속 연예인으로 두고 있다. 배우 이다해와 이동건, 윤진서 등도 이곳 소속이다.
에프앤씨엔터는 상장에 앞서 18일 여의도에서 기업공개(IPO) 간담회를 열고 씨앤블루가 대변하는 모범생 이미지처럼 '착실함'과 '침착함'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 매출 70% 일본서 발생…구매력·충성도↑
이날 한성호 대표를 대신해 발표자로 나선 정 부대표는 씨앤블루와 FT아일랜드가 일본 시장에서 길거리 공연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고 일어나니 노래 한곡으로 스타 대열에 올랐다거나 대형 기획사의 힘에 의해 스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밑바닥부터 다지고 올라가 이름을 알리게 됐다는 것.
길거리 공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실력있는 가수들도 길거리 공연부터 시작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문화가 활성화 돼 있다고 정 부대표는 설명했다.
현재 에프앤씨엔터 매출 가운데 70%는 씨앤블루와 FT아일랜드가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여는 공연에서 발생한다.
일본 시장에서 이들의 공연점유율은 지난 3월 기준 5.1%에 달해 에스엠과 와이지엔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제이와이피엔터보다는 높다.
정 부대표는 "에프앤씨엔터는 물론 에스엠과 와이지엔터 등 케이팝(K-POP)을 기반으로 한 기획사는 여전히 일본이 가장 큰 시장"이라며 "일본에서는 케이팝을 소비하는 팬층이 40대 이상 여성이어서 구매력과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에프앤씨엔터는 특히 일본에서 공연을 열 때 자회사인 에프앤씨 재팬을 통해 제작, 기획을 일괄하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에스엠이나 와이지엔터가 일본 파트너사로부터 로열티만을 받는 것과도 차별화된다.
◆ 한류 급부상 중국, 일본 이은 제2 해외 시장
회사 전체 매출을 놓고보면 일본이 70% 비중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한류가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홍콩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중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20% 수준인 중국과 동남아시아 매출 비중을 10%p 정도는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만 중국의 경우 음악을 '돈주고' 구입하는 것이 일반화된 일본과 달리 불법 음원 시장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정 부대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공연을 통한 수익 창출에 주력할 것"이라며 "FT아일랜드 멤버 이홍기가 이미 중국에서 지지도를 확보했고, 씨앤블루 정용화는 최근 중국 일련카드 모델로 발탁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0대 이상 여성이 주요 팬층인 일본과 달리 중국은 10대 소녀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단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지목했다.
반응은 열광적인데 비해 구매력은 미치지 못하는 건 단점이다. 하지만 10대 소녀들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자녀를 통해 한류를 알게 되고 케이팝을 인지하게 된다는 건 장점이 될수 있다는 설명.
정 부대표는 "이 소녀팬들의 아버지 중 누군가는 중국 정치권의 실력자일 수 있다"며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한국에 와서 한국 드라마(별그대)에 대해 언급한 것 역시 부인이나 딸을 통해 알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단기 성과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겠다는 게 에프앤씨엔터 계획이다. 처음부터 김수현이나 이민호처럼 되기 위해 욕심 내기보다는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견고히 성장한다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에프앤씨엔터의 상장 전 자본금은 24억원이며 공모 예정 주식수는 140만주다. 주당 공모 희망가액은 2만4000원~2만8000원. 총 공모 예정금액은 336억원~392억원이다. 이달 중 청약을 거쳐 내달 4일 상장 예정이다.
한 대표는 "이번 코스닥 상장이 에프앤씨엔터의 사업역량 강화와 국내 정상급 기획사로서 입지를 굳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투자자들의 가치도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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