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한국증시 재상륙한 엔 캐리 자금

입력 2014-11-17 21:51
수정 2014-11-18 04:35
"금리 불문" 국채 금리로 회사채 싹쓸이
엔低 타고 급속 유입…주식 7개월째 '사자'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17일 오후 2시31분

지난달 말 한국남동발전 회사채 1000억원어치가 발행된 날 국내 채권시장은 크게 술렁였다. 회사채를 발행한 남동발전이 원하는 가격보다 더 비싸게, 그것도 정부가 발행하는 위험없는 국고채와 같은 가격(연 2.207%)에 물량을 모두 사가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싹쓸이해간 곳은 한 일본 은행의 서울지점이었다.

복수의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본점에서 돈을 빌려 채권을 산 이 은행처럼 일본에서 엔화를 가져다가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금리에 개의치 않고 원화 채권을 공격적으로 사모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해외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한국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엔화 자금의 원화 자산 투자 매력도를 나타내는 엔·원 캐리 트레이드지수는 지난주 190을 넘어서 2007년 말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2005년부터 2년간 국제 금융시장에서 활개 치다 2008년 금융위기로 사라졌던 엔 캐리 자금이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를 타고 10년 만에 귀환한 것이다. 낮은 엔화 차입 금리와 엔화 약세 기대감, 일본 내 풍부한 유동성 등 엔 캐리를 부추기는 경제 상황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활동을 재개한 엔 캐리 자금 중 일부가 한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일본 양대 은행인 미쓰비시도쿄UFJ와 미즈호은행 서울지점의 원화 유가증권 투자금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약 9조4000억원으로 올 들어 6개월간 1조3000억원(16%) 급증했다. 일본 거주자의 국내 주식 매수는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