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産 담배 1300원 싸져…업계 "공장 닫겠다"

입력 2014-11-17 21:19
수정 2014-11-18 03:58
담배 개별소비세, 종가세 방식 과세 추진

필리핀산은 수입신고가 180원…에쎄는 출고가 772원에 과세
국내 진출 외국계 업체들 "종가세 땐 공장 유지 못해"


[ 조진형 기자 ] 담뱃값 인상을 위해 신설되는 개별소비세로 인해 국내 담배산업의 생산 기반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별소비세가 담배 출고가격이나 수입가격에 연동하는 종가세 방식으로 과세될 예정이어서 국내 생산 담배가 저가 수입 담배에 비해 세금 역차별을 받기 때문이다.

담배업계는 “결과적으로 국내산 담배보다 1000원 이상 싼 저가 담배가 시판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국계 담배회사를 시작으로 국내 담배공장 철수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가 담배와 1300원 가격차

17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담배 개별소비세에 종가세 방식이 부과되면 갑당 180원에 수입되는 저가 담배는 국내 생산 담배(2500원 ‘에쎄’ 기준)보다 갑당 571원가량 세금을 덜 내게 된다. 갑당 일정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를 적용받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부담금 폐기물부담금 등 기타 세금은 2315원으로 동일하지만 종가세가 적용되는 개별소비세는 455원, 부가가치세는 116원을 각각 덜 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조세 소위에서 논의 중인 기획재정부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은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신설해 공장출고가격 또는 수입신고가격(관세 포함)의 77%를 과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금 격차는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인 공장출고가격 또는 수입신고가격 간에 차이가 크게 발생하면서 나타난다. KT&G ‘에쎄’의 경우 제조원가와 마진을 포함한 공장출고가격인 772원이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이 된다. 반면 저가 필리핀산의 경우 개별소비세의 과세표준은 180원에 불과하다. 수입신고가격은 갑당 180원인데 관세도 붙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세금 차이는 소매인 마진 등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 가격은 더 크게 벌어진다. 담뱃값이 인상되면 ‘에쎄’는 2000원 인상된 4500원에 판매되는 반면 외국산 저가 담배는 3220원에 시중에 풀릴 수 있다.

한국담배협회 관계자는 “KT&G뿐만 아니라 외국계 담배회사도 종가세 도입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말했다.

○“국내 공장 철수 검토”

현재 BAT코리아 필립모리스 등 외국계 담배업체는 해외 담배원료를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가공 판매하고 있다. 담배원료 수입 관세가 20%로 담배 수입 관세(40%)의 절반 수준이어서 수입하는 것보다 자체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KT&G는 국내 담배 농가의 잎담배 등을 수매해 국내에서 가공 판매한다. KT&G와 외국계의 국내 담배공장 고용 인원은 28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담배업계는 종가세 도입으로 저가 담배와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경우 이 같은 생산 구조를 지탱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외국계 담배회사 관계자는 “종가세가 도입되면 비용 측면에서 인건비가 비싼 국내에서 담배를 생산하는 것보다 동남아 공장 등에서 생산한 뒤 수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며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본격적으로 공장 철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의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담배회사는 이미 구조조정 작업에 나섰다”며 “인건비가 더 비싼 KT&G도 해외 공장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비싼 담배에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소득 역진성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종가세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갑당 4000원 이상 담배가 전체 담배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반면 2300~2700원 담배가 전체 소비의 81.6%에 달한다. 담배는 소득 역진성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 종가세·종량세

종가세는 물건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매기는 반면 종량세는 물건에 특정 금액을 일괄 부과하는 세금이다. 부가가치세가 종가세이고, 인지세·유류 특별소비세는 종량세로 분류된다. 기존 담배 세금의 경우 부가세를 뺀 나머지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건강부담금 등은 모두 종량세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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