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점령한 政피아] "지금 가야 3년 채운다"…'마지막 人事잔치' 동분서주하는 '政피아'

입력 2014-11-17 21:03
수정 2014-11-18 04:15
기관장 임기 만료 30여곳 차지하려 '물밑경쟁'
공기업 입성 政피아 10명 중 3명, 전문성 '낙제'


[ 김일규 / 백광엽 기자 ]
이른바 ‘정피아(정치권+마피아)’의 공기업 입성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화됐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불가 방침’이 정해지면서부터다. 공무원 출신들이 차지하던 자리는 무주공산이 됐다. 일부 자리는 내부 인사가 승진하거나 외부 전문가가 영입됐지만 극소수였다. 상당수 자리는 전문성이 없는 정치권 출신들이 차지했다.

이런 현상은 연말을 앞두고 심해지는 모습이다. 지금 자리를 차지해야만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피아들의 마지막 인사잔치’라는 말도 나온다.

○관피아 빈 자리 ‘진격의 정피아’

3월 이후 공기업 임원에 선임된 100여명의 정치권 인사 중 30여명은 해당 분야와 거의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평가다. 대부분 새누리당이나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인물들이다. 기관장의 경우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김오연 코레일네트웍스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그나마 공모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기라도 했다. 정부의 입김이 크게 미치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는 산으로 가고 있다. 기업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데이터는 지난 9월 김정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소장을 사장으로 내정했지만 김 소장이 ‘잘 모르는 업무인 데다 맡고 싶은 생각도 없다’며 사양해 없던 일이 됐다. 대우증권 사장 인선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미궁에 빠진 지 넉 달째다.

기관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감사나 이사 자리는 정치권 출신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권영상 한국거래소 감사, 김순견 한국전력기술 감사, 윤종승(자니 윤) 한국관광공사 감사, 이수룡 기업은행 감사, 정수경 우리은행 감사 등이 대표적 정치권 출신으로 꼽힌다. 기업은행 자회사 사외이사 중 상당수도 정치권 출신이다.

○“남은 30여곳 가야 기회 또 와”

정치권 출신들의 움직임은 최근 더 활발해졌다. 지금 자리를 차지해야만 3년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이들이 노리는 곳은 기관장이 공석인 자리, 기관장 임기가 끝났으나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곳, 연내 임기가 끝나는 기관 등이다. 모두 합하면 30곳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공기업 감사나 이사 자리까지 합치면 정치권 출신들이 들어갈 틈은 더 넓어진다. 이 기관들의 인사에서도 청와대의 ‘관피아 불가’ 방침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잘만하면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중앙의료원, 국제방송교류재단 등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주택관리공단 등은 기관장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KOTRA, 한국생산성본부, 코레일관광개발,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원자력문화재단 등은 연내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김일규/백광엽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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