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선진국 위한 통화 평가절하 억제해야"

입력 2014-11-17 00:33
'브리즈번 액션 플랜' 채택

한국, 엔低 우려 공식 제기
朴대통령 "길로틴제 확대해
3년내 규제 20% 감축"

GCF 추가 기금 조성 합의


[ 정종태/장진모 기자 ] 16일 막을 내린 제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최근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불러온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문제가 주요 화두였다. 정상들이 합의한 ‘공동선언문(브리즈번 액션 플랜)’에도 “각국의 통화정책은 신중히 조정되고 명확히 소통돼야 하며 자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율의 경쟁적 평가 절하를 억제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 같은 정상들의 통화정책 공조 원칙 합의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는 게 회의에 배석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G20 차원의 정책 공조를 강조하며 “자국 여건만을 고려한 (일부) 선진국의 경제 및 통화 정책은 신흥국에 부정적인 파급효과(spillover)를 미치고, 이것이 다시 선진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역(逆)파급효과(spillback)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록 우회적인 표현이지만 최근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에 따른 엔저와 이로 인해 인접 국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에 우려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최 부총리는 “지금 세계 경제는 어떤 나라는 히터를 켜고, 어떤 나라는 에어컨을 켜는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회원국 정상 간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공동선언문에까지 반영됐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엔저 문제가 거론됐다. 최 부총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을 쳐다보며 “일부 선진국의 양적 완화가 자국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사회를 맡은 조 하키 호주 재무장관이 “일본 측이 답을 했으면 좋겠다”고 아소 부총리의 답변을 유도했다. 하지만 아소 부총리는 준비한 발언만 마치고 언급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변화 대응도 이번 G20 정상회의의 주요 관심사였다. 정상들은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 조치와 녹색기후기금(GCF) 재원 추가 조성을 지지한다는 데 합의했다.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둔 GCF의 재원 조성 문제는 의장국인 호주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당초 공동선언문에 들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 퀸즐랜드대 연설에서 “미국 정부는 GCF에 30억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박 대통령도 회의 발언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개도국을 참여시키려면 조속한 재원 조성이 필요하다”며 여러 차례 지지를 요청했다. 결국 미국에 이어 일본도 이날 15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앞서 독일은 7억5000만유로, 프랑스는 10억달러, 스웨덴은 5억4000만달러의 출연 계획을 발표했다.

G20 정상들은 각국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규제개혁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을 설명하며 ‘규제 길로틴 제도’를 확대 도입해 국민의 안전과 관련 없는 기존 규제를 2017년까지 20% 일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규제 길로틴 제도는 비효율적이거나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개선하는 것이다. 1984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이후 선진국에서 많이 도입했지만 국내에서는 본격 도입한 상태가 아니다.

브리즈번=정종태 기자/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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