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차별 무상복지는 반대한다는 여론의 재확인

입력 2014-11-16 20:35
수정 2014-11-17 04:33
포퓰리즘 경쟁으로 비롯된 무상복지가 결국 파탄나고 있으나 국회는 아직 상황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구조조정하기는커녕 기껏 증세론이나 지방채 확대 카드만 나온다. 잘못된 복지시스템을 고치지는 않고 미봉적 꼼수로 대충 넘어가자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들이 지금의 복지디폴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해법을 원하는지부터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주말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무상급식의 경우 ‘재원을 고려해 소득 상위계층을 제외한 선별적 무상급식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66%에 달했다. 지금처럼 전면 무상급식을 계속하자는 의견은 31%로 절반도 안 된다. 언필칭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구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이 난 셈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무상급식을 고수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자 중에서도 53%가 선별적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는 사실이다. 무수한 전문가들의 지적과 우려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무상급식에 관한 한 새정치연합은 국민여론과 거꾸로 가고 있다.

무상보육에 대한 인식도 비슷했다. 요는 선별적으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그래도 영유아 무상보육이 먼저라는 응답(52%)도 주목된다. 전면적인 무상보육 역시 효과는 의문시되지만, 그나마 보육은 출산율 높이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지 모른다는 게 다수 국민의 판단인 셈이다. 무상복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은 최근의 잇단 설문조사에서 거듭 확인된 내용이다. 이미 드러난 현실에 결론도, 해법도 명확하건만 국회만 외면한다.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모든 신혼부부에게 살 집을 주겠다는 식으로 새로운 복지항목이나 무책임하게 내놓을 상황이 아니다. 작은 실수를 더 큰 실수로 덮을 수는 없다. 무상복지가 달콤한 마약이란 사실은 유권자들도 인식하고 있다. 정기국회의 예산심의 일정도 딱 보름 남았다. 시간도 없다. 국민의 다수의견이 거듭 확인된 마당이다. 무상시리즈를 확 줄이고 ‘슈퍼’라는 예산안을 심의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올해는 개정 국회법에 따라 이달 중 심의를 못 마치면 정부안이 자동 상정된다. 국회의 현명한 대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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