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시"정체성 되찾아야"
화장품점 등 즐비 '작은 명동'
전통미 풍기는 거리로 재정비
상인"10년간 장사했는데 …"
업종 변경하면 권리금 날려
"노점상과 역차별" 강력 반발
[ 홍선표 기자 ]
지난 1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 있는 ‘꿀타래’ 판매점 용수염 앞(사진). 외국인 관광객들이 꿀과 찹쌀을 섞은 흰반죽 덩어리가 점원의 손놀림에 따라 가느다란 실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꿀타래 몇 상자가 금세 팔려 나갔지만, 이를 보는 채정로 사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종로구청이 최근 “16일까지 업종을 바꾸지 않으면 고발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인사동 명물이 된 꿀타래와 지난여름 큰 인기를 끌었던 ‘지팡이 아이스크림’ 등 인사동만의 독특한 먹거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종로구청이 ‘문화지구’로 지정된 인사동이 상업주의에 물드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즉석식품 판매점 등에 대한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인사동은 2012년 서울시 조례에 따라 국내 최초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골동품 판매점과 표구점, 미술관, 화랑 등이 밀집한 이 지역을 전통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는 등의 노력으로 인사동은 주말이면 약 10만명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그동안 화장품점 프랜차이즈점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값싼 중국산 공예품을 판매하는 업소들이 늘면서 인사동이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작년 3월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문화지구 내 금지 영업시설로 제과점과 화장품점, 안경점 등을 추가했다. 2014년 1월 기준으로 인사동에서 영업하는 1761곳 가운데 즉석식품 판매점 의류판매점 화장품점 등 인사동 문화지구 관리계획에 따라 영업이 금지된 곳이 114개나 된다.
종로구청은 개정된 조례에 따른 문화지구 관리계획을 수립, 지난 10월부터 한 달간 특별 정비 기간으로 정해 단속을 벌였다. 114곳 중 문화지구 지정 전부터 영업한 업소를 제외한 69곳을 조사한 결과, 23곳이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고발됐거나 고발할 예정이다.
해당 업체들은 시와 구청의 처사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반발한다. 업종을 바꾸면 2억원 정도의 권리금을 날리게 되고, 월 500만~600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채 사장은 “1996년 노점상으로 시작해 지금은 상표까지 등록한 정식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기법과 재료로 만들어 2010년엔 관광공사가 추천한 지역의 명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갑자기 업종을 바꾸라고 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골동품점 화랑 공예품점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구청의 단속을 반기고 있다. 윤용철 인사전통문화보전회 회장은 “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대부분 스쳐가는 관광객일 뿐 화랑과 고미술상 등을 찾는 사람은 훨씬 줄었다”며 “인사동의 고유한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이 상권의 중심이 되지 않으면 인사동은 ‘작은 명동’이 돼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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