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중 FTA시대, 더 중요해진 한·일협력

입력 2014-11-14 20:51
"FTA로 중국시장 크게 연 한국
기술 앞선 일본과 협력 강화해
13억 中 소비자 심리 파고들어야"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


중국과의 교역이 크게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일본과의 교역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고 있다.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한 한·중 협력 강화를 통해 일본과의 협력은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일(對日), 대중(對中) 통상정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본과의 통상관계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이용해 산업화를 추진하는, 다시 말해 한국 경제의 산업화에 일본 경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역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일본의 기술이 구미(歐美)의 매뉴얼화된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그 기술에 내재된 낭비 부문이나 비능률 부문을 제거한 이른바 ‘생산기술’로 발전시켰기 때문에 한국 제품의 대외경쟁력 강화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한국 경제는 경공업화, 중화학공업화, 첨단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제도·기술·자본재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왔다.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본과의 교역관계는 1960~1970년대의 전형적인 수직적, 산업 간 무역관계로부터 점차 수평적, 산업 내 분업관계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상당히 따라잡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양국 사이에는 상당한 발전 격차가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발전모형은 이처럼 일본의 발전모형과 적잖은 유사성을 갖는다. 한국 경제 발전모형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의 발전방식은 여전히 관심대상일 수밖에 없다. 요컨대 일본과의 통상관계에서 제1의 관심은 한국 경제의 발전, 즉 선진경제화에 필요한 일련의 발전 인자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한·일이 산업구조의 유사성으로 인해 제3국에서 과당 경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양국 모두의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일본의 기술과 경영기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일 간 산업 내 분업을 확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양국 간 산업 내 분업의 확대는 공동이익의 장을 넓히고, 과당경쟁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한·일 양국 모두 국토가 좁은 자원 빈국으로서 자원의 해외의존도가 높다. 자원을 해외에서 개발·수입하는 경우 여러 가지 형태의 리스크가 존재하는데, 한·일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수입한다면 이런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다. 해외 인프라 수주경쟁에서도 서로의 비교우위 분야를 감안해 공동 수주에 임한다면 당해 발주국에 대해 수주 조건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달리 중국과의 통상 관계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중국 경제에 접목시켜 이것을 지렛대 삼아 중국 시장을 파고들게 하는 일이다. 그간 이런 방법을 통해 한·중 경제관계가 긴밀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빠른 기술 흡수로 인해 그 구조가 도전받고 있다. 한·중 통상관계의 핵심은 중국 산업구조의 전개를 정확히 파악해 한국 경제가 이 흐름에 적절히 대응함과 동시에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을 면밀히 분석, 시장수요에 적합한 제품 생산을 하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은 아직 정부 주도적 경제운영을 하는 면이 강하므로 정부 정책의 변화 방향도 주시해야 한다.

간단히 정리하면 한국의 대일 통상정책의 핵심은 한국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어떻게 일본의 앞선 기술과 제도를 활용하고 양국 간 합리적 분업을 구축할 것인가에 있으며, 대중 통상정책의 핵심은 어떻게 거대 중국 시장을 효율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냐에 있다고 하겠다. 대외 통상정책은 무엇보다 ‘경제력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경제 상황 및 한국과의 관계에 맞춰 통상전략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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