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ovie] 15명 중 막내·가난 탓에 학교 포기했던 소년…미국헌법 기초 작성한 '가장 지혜로운 미국인'

입력 2014-11-14 17:55
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2) 프랭클린 자서전 - 자유경제원 공동 기획

라틴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독학으로 모두 배워
절제·검약·정의 등 13개 덕목 표 만들어…치밀하게 자신의 삶 기록
베버의 '청교도 정신 모델' 프랭클린의 덕목에서 찾아



프랭클린(1706~1790)은 가난한 집에서 15명이 넘는 자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여덟 살에 라틴어 학교에 입학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1년도 채 다니지 못하고 자퇴하고 쓰기와 셈하기 학교로 옮겼다. 10살 때 이 학교도 그만두고 양초와 비누를 만드는 아버지 일을 돕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생업 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12살 때부터 형의 인쇄소에서 견습공으로 5년 동안 일했다. 21살(1727년)이 돼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첫 사업은 신문 발행이었다. 24살에 결혼하고 26세에 ‘가난뱅이 리처드의 달력’을 발행하기도 했다.

27세에 프랑스, 이탈리아, 라틴어를 배워 익혔다. 30살에 주 의회 서기로 선출돼 공적인 일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방위군 조직, 펜실베이니아대와 병원 설립에 참여하고, 주 의회 의원이 됐다. 식민지 체신 장관이 돼 미국 헌법을 기초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난로와 피뢰침도 발명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와의 전쟁, 미국의 독립전쟁을 겪었다. 1790년 84세로 그는 생을 마감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를 ‘가장 지혜로운 미국인’이라고 불렀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지만 자신의 묘비에는 간단히 ‘인쇄인 프랭클린’이라고만 썼다. 2년 동안의 짧은 정규 교육밖에 받지 못한 그가 어떻게 이렇게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이것은 후세 사람들이 갖는 의문이다. 우리는 그가 아들과 후세 사람들에게 남긴 ‘프랭클린 자서전’을 통해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프랭클린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권유한다. 시간은 곧 생명이고,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면서 자신이 정한 13가지 덕목에 따라 살았다.

그는 평생을 절제, 침묵, 질서, 결단, 검약, 근면, 진실, 정의, 온건함, 청결함, 침착함, 순결, 겸손이라는 덕목을 철저히 실현하면서 살았다. 이 덕목이 바로 자본주의 발전의 정신적 토대인 ‘청교도 정신’이다. 베버는 청교도 정신의 모델을 프랭클린이 제시한 덕목에서 찾은 것이다.

가난하고 이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성실한 삶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한 인간이 아들과 후손들이 각자 처지에 맞는 방법을 골라서 따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의 역정을 기록한 글이 바로 ‘프랭클린 자서전’이다.

그는 똑같은 삶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주저 없이 그렇게 살겠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았다는 징표이다.

그는 한치의 잘못도 없는 완전한 삶을 살고 싶어 했다. 그는 천성적으로 타고났거나 후에 습득한 잘못된 성향이나 습관을 모두 정복하고 온전하게 새로운 사람이 되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표를 만들어 매일 얼마나 자신이 13가지 덕목을 지켰는가를 표시했다. 자서전에 나와 있는 표를 보면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통제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그가 목적으로 삼은 것이 무엇이고, 그가 생각한 행복과 성공, 인생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아래 사이트에서 자서전을 영문으로 읽을 수 있다.
http://web.archive.org/web/20030801144743/http://earlyamerica.com/lives/franklin/index.html

이 책 이래서 권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읽으라"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만났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사진을 100달러짜리 화폐에서 보기 전이다. 나는 그때 그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했다. 피뢰침을 발명한 과학자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자세히 알고 보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미국에서 ‘건국의 아버지’라 불린다. 대통령도 아닌 그가 이렇게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 화폐에 나오는 인물 중 대통령이 아닌 사람은 10달러에 나오는 알렉산더 해밀턴과 프랭클린뿐이다.

우리는 그의 위대한 점이 아니라 평범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17세 때 가출을 해 오직 성실한 노력과 창의적인 생각으로 위대한 삶을 살았다. 이 책은 프랭클린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때 읽어야 할 책이다. 프랭클린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일상적인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 나는 인생의 행복과 성공을 원하지만, 무엇이 행복이고 성공인가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더욱 더 몰랐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 주었다.

아마도 우리는 프랭클린처럼 살려고 노력할지라도 그만큼 위대한 인물이 되거나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서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는 있을 것이다. 행복과 성공을 판단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신중섭 <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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