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시초가 38만원 확인하자 매도…14% 폭락 마감
삼성에스디에스(삼성SDS)가 상장 첫날인 14일 차익실현 매물에 치여 만만치 않은 신고식을 치렀다. 공모가(19만원)의 두 배에 달하는 시초가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괴력을 이어가지 못한 채 14% 가까이 밀려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차익실현 욕구가 거센 편이어서 추가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 주가는 30만원 초반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삼성SDS는 38만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5위에 올라섰다. 장 초반 상승세를 키우며 한때 한국전력을 제치고 시총 4위까지 넘보기도 했다.
하지만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하락 반전했다. 장 후반 낙폭을 키워 결국 13.82% 떨어진 32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를 크게 웃돈 가격에 시초가가 형성된만큼 장외에서 삼성SDS를 가지고 있었거나 공모 청약을 통해 사들인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공모주 청약을 받았던 삼성증권에서 77만주, 상장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에서 52만주의 매도 물량이 각각 쏟아졌다.
이날 개인은 68만주의 삼성SDS 주식을 팔아치웠고 외국인도 84만주를 내놨다. 기관은 148만주를 사들였다.
금액별로는 개인이 2465억원, 외국인이 2994억원 어치를 팔았고 기관은 5301억원 어치를 샀다. 거래량은 379만5969주, 거래비중은 24.56%에 달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초가가 워낙 높게 형성되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더 적극적인 모습"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 수준은 강세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모가인 19만원에서 시초가가 형성돼 상한가를 세 번 기록한 것 보다 더 오른 셈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최윤미 신영증권 연구원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것은 예상했던 상황"이라면서도 "이 물량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나올 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SDS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주가 우대(프리미엄)는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 60.59%는 상장 후 6개월간 보호예수가 적용된다. 우리사주조합 지분 1.58%와 주관사 골드만삭스의 사모펀드 트라이엄프투인베스트먼트 지분 1.60%의 보호예수 기간은 각각 1년과 1개월이다.
보호예수 물량을 합치면 상장 직후 시중에서 매매되는 물량은 36.23%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3개월 뒤엔 주관사 및 인수단 계열 자산운용사가 삼성SDS 주식을 살수 있게 된다. 수급 면에서 봐도 삼성SDS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현재 공모가로 상장했을 경우 시가총액 비중은 적어도 1% 이상이기 때문에 인덱스 펀드와 코스피200 벤치마크 펀드 등은 삼성SDS를 비우고 갈 순 없다"며 "이런 수급 요인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장외에서 삼성SDS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주식을 팔기 위해 대기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이 상장 후 차익을 위해 주식을 털어낼 경우 일시적인 수급 공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장외주식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세금을 피하기 위해 상장 이후 매도하려는 물량도 대기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동안 매매 공방이 힘겨루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권민경/이지현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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