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 한·중 FTA 타결로 엔터시장 개방
단순 투자·합작 벗어나 업체 인수까지
'올인' '주몽' 만든 초록뱀미디어, 中 기획사가 경영권 사들여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 네시삼십삼분 지분 25% 매입
[ 유재혁 기자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중국 자금이 밀려오고 있다. 올 들어 영화 드라마 게임 K팝 등 모든 부문에 공동제작이나 지분 참여 계약이 잇따랐고, FTA가 타결되면서 합작사 설립과 한류 콘텐츠 제작사 경영권 인수 등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거대 중국 자본이 국내 엔터업체 사냥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는 13일 “최대주주인 에이모션과 고현석 대표가 보유 주식 340만주를 중국의 방송콘텐츠·공연기획사인 주나인터내셔날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금액은 주당 3530원, 총 120억200만원이다. 주나인터내셔날은 이와 함께 내년 1월 초록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677만9661주를 100억원에 인수한다.
주식 매입과 유상증자가 끝나면 주나인터내셔날은 지분 31.43%로 최대주주가 된다. 초록뱀은 드라마 ‘올인’ ‘주몽’ 등을 제작해 한류 시장을 이끌어온 제작사다. 중국 자본이 한국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걸그룹 마마무 소속사인 K팝 제작사 레인보우브릿지도 싱가포르의 한 벤처캐피털과 200억원 규모의 합작사 설립과 지분 참여를 협의 중이다. 이 회사 김진우 대표는 “한·중 FTA 타결로 음악 합작사 설립이 가능해지자 해외 벤처캐피털이 먼저 제안해왔다”며 “다른 몇몇 회사도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중 FTA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일 모바일 게임회사 네시삼십삼분(4:33)은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로부터 지분 25%를 주는 대가로 1000억원 이상 투자받았다. 소태환 네시삼십삼분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중국을 비롯해 이용자 10억명 시장을 노릴 수 있는 든든한 글로벌 파트너와 자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앞서 CJ게임즈(현 넷마블게임즈)에 5억달러(약 5500억원)를 투자해 3대 주주가 되는 등 게임업체 4~5개에 7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최근 매각 절차에 들어간 극장 체인 메가박스 예비입찰에는 중국계 기업 3개가 참여하고 있어 중국계 기업의 인수가 사실상 확정됐다. 매각가는 5000억원 이상이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그룹 화처미디어는 지난달 1000만 관객 영화 ‘변호인’과 ‘7번방의 선물’ 등을 배급한 국내 영화사 NEW의 2대 주주가 됐다. 유상증자를 통해 NEW의 주식 15%(178만6000주)를 535억원에 매입한 것. 또한 연예 기획사 키이스트는 중국 소후닷컴으로부터 지분 참여 대가로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중국계 자본이 이처럼 쏟아지는 이유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 성장과 FTA 타결 등으로 시장 환경이 변화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방송 시장은 연평균 11%씩, 영화 시장은 연간 30%씩 성장하고 있고,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커지면서 한류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선 한·중 FTA 타결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기존 20년에서 50년으로 연장되면서 중국 현지 업체들이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베끼기 힘들어짐에 따라 중국 자본의 한국 콘텐츠제작사 인수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태성 CJ E&M 영화부문 대표는 “한국 콘텐츠업체들이 노하우를 뺏기기보다는 양국이 얻는 시너지가 더 클 것”이라며 “중국과의 협업을 통해 한·중 FTA 타결을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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