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수험생 가벼운 발걸음…"일단 홀가분하다"

입력 2014-11-13 18:57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13일 오후 고사장을 빠져나오는 수험생들의 표정은 대체로 가벼워 보였다.

이날 아침 고사장 안으로 들어설 때 보이던 무거운 발걸음과 잔뜩 긴장한 표정은 일단 사라졌다.

학생들은 "결과가 상관없이 일단 홀가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탐구영역 시험이 끝난 오후 3시 50분께 각 고사장 앞은 초조한 표정으로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일찌감치 붐볐다.

손에 따뜻한 커피를 쥔 이들도 있었고 일부는 자녀가 나오는 모습을 찍으려고 스마트폰을 교문 방향으로 돌려 대기하기도 했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자 학부모들은 안으로 들어가 제각기 아들·딸을 찾아 "수고했어"라며 꼭 안아주었다.

관악구 삼성고 앞에서는 수험생 아들을 만난 아버지가 주머니 안에 넣어뒀던 두유를 꺼내 "따뜻하게 하나 마셔"라며 등을 두드리는 훈훈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 앞에서 만난 서문여고 3학년 장이준양의 어머니 이미순 씨는 아침에만 해도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딸을 들여보냈지만, 이때만큼은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교문을 바라봤다.

이씨는 "우리 딸 정말 고생 많았다"며 "학창시절의 마무리이기도 하지만 사회로 나가는 첫걸음인데,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중구 이화여고에서 시험 보는 딸을 기다리면서 인근 성당에서 기도했다는 한 학부모는 "1년간 학원 다니고 공부하느라 수고한 딸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편히 쉴 수가 없었다"며 "오늘 시험 본 모든 학생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드렸다"며 울먹였다.

같은 곳에서 시험을 본 한 여학생은 아버지를 만나자마자 눈물부터 쏟았다.

아버지는 "괜찮아. 수고했어"라고 다독이며 딸을 차에 태웠다.

강남구 압구정고에서 시험을 치른 진선여고 3학년 유동윤 양은 "일단 시험이 끝나서 후련하지만, 국어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걱정이 많다"며 "정작 점수가 나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 후련함 반, 걱정 반"이라고 말했다.

유양은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 푹 자겠다"고 덧붙였다.

한의대에 가고 싶어 '장수'했다는 정모 씨는 "국어가 많이 어려워 시간 안에 다 풀지 못했다"면서도 "많이 걱정하긴 했지만…안에서 답을 맞혀보니 찍었던 게 다 맞았다.

그래서 좀 괜찮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서초구 서초고 앞에서 만난 한 수험생은 "오늘 이 순간을 위해 지난 몇 년간 견뎌왔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하기도, 허무하기도 하다"며 "이제 6교시 '원서 영역'을 잘 해내야겠다"며 웃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예감하며 울상을 짓는 학생들도 있었다.

윤모 양은 "재수를 해도 성적이 잘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시험을 망쳐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며 "1교시 국어B를 풀 때부터 시험장을 뛰쳐나오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일부 무리는 "국어가 어려웠다"며 "내 인생은 여기까지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종로구 풍문여고에서 시험을 본 덕성여고 3학년 최유림 양은 "이제 다이어트를 시작해 대학 입학 전까지 10㎏을 빼겠다"며 "당장 헬스장부터 끊고 정시 지원을 어디에 할지 잘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 "휴대전화부터 바꾸러 가겠다"거나, "운전면허증부터 딸 것"이라고 답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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