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레, 고정장치 고장…탐사임무 어려울 수도

입력 2014-11-13 17:49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착륙한 유럽의 우주 탐사선 로제타호의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표면 고정을 돕는 장치의 고장으로 임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필레는 12일 오후(세계 표준시 기준) 지구에서 5억1000만㎞ 떨어진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착륙, 최초의 혜성 착륙이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그러나 착륙 과정에서 필레의 표면 고정을 도와주는 작살(harpoon) 장치 2개가 작동하지 않았다.

유럽우주국(ESA) 탐사로봇 책임자인 스테판 울라멕 박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작살이 발사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조짐들이 있다"며 "이는 필레가 부드러운 표면에 도착했지만, 고정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레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으면 중요한 실험 하나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필레에 장착된 드릴로 혜성 표면을 뚫어 지하 구성물질을 분석하는 실험을 언급한 것이다.

혜성의 중력은 지구의 1만분의 1 수준으로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표면에 힘을 가할 경우 반발작용에 의해 우주로 튕겨져 나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필레가 혜성에 고정되지 않았다면, 원래 목표인 내년 3월까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유럽우주국은 작살 발사를 다시 시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작살 발사가 성공하면 필레가 고정력을 바탕으로 임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시도하는 과정에서 필레가 우주로 튕겨져 나갈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필레는 착륙 과정에서 스러스터(thruster)라 불리는 반동추진엔진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스러스터는 질소 가스를 발사해 그 힘으로 필레가 표면에 안착하도록 도와주지만, 여러 차례의 시도에도 질소 가스 탱크의 봉인을 푸는 핀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같은 우여곡절에도 혜성에 착륙한 필레는 현재 혜성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자료를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필레에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는 혜성에서 아미노산 샘플을 채취해 이곳에 생명체에 필요한 화학물질이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또, 혜성의 중심핵 구성물질을 파악하고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져 온도가 올라갈 경우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의 분출을 확인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학계에서는 필레가 수집하는 각종 자료가 태양계 형성과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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