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보낸 우주 로봇, 혜성에 첫 발 딛다

입력 2014-11-13 02:44
탐사선 로제타 '우주 탄생 비밀' 풀까

무인 로봇 필라이 탐사 시작
태양계 진화·생명 기원 실마리 찾을지 관심
내년 말까지 혜성 조사


[ 박병종 기자 ]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이 동면(冬眠) 상태로 밝게 빛나는 혜성을 향해 날아간다. 10년 만에 혜성에 근접한 우주선은 동면에서 깨어나 혜성 표면을 탐사하기 위해 착륙선을 보낸다.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공상과학(SF) 영화 ‘인터스텔라’ 얘기가 아니다. 2004년 3월, 지구로부터 5억8000만㎞ 떨어진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 혜성을 향해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Rosetta)의 실제 이야기다.

13일 새벽 모선 로제타에서 분리된 무인로봇 필라이(Philae)가 인류 최초로 혜성 착륙에 성공했다. 2004년 3월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발사기지에서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된 지 10년 만이다.

◆인류 최초 혜성 착륙

ESA는 이날 새벽 1시께 로제타로부터 착륙 신호를 전달받고, 혜성 착륙작전의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5년 혜성 충돌 실험을 한 적은 있지만 혜성에 탐사로봇이 착륙한 것은 최초다. 혜성은 태양이나 질량이 큰 행성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도는 작은 천체로, 가스 상태의 빛나는 긴 꼬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필라이가 착륙한 67P는 최대 지름 4㎞ 정도의 혜성으로 46억년 전 태양계가 탄생할 때 생겨난 잔해로 추정된다. 중력은 지구의 10만분의 1가량이다. 로제타는 복잡한 궤도를 그리며 움직이는 혜성을 따라잡기 위해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42배에 이르는 64억㎞를 여행했다.

필라이는 무게 100㎏의 탐사로봇으로 12일 오후 5시35분께 로제타에서 분리돼 약 7시간 비행한 끝에 혜성에 내려앉았다. 혜성 표면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지표면의 얼음과 유기물 등을 분석하는 임무가 맡겨졌다.

◆생명 기원 밝힐 ‘타임캡슐’

과학자들이 혜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태양계 형성 초기에 만들어져 당시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화석처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혜성을 ‘태양계의 타임캡슐’로 부르는 이유다. 혜성 연구를 통해 태양계의 진화 역사, 생명의 기원 등에 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혜성이 지구와의 충돌을 통해 생명의 원천인 물과 아미노산을 전달했다는 학설의 진위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혜성 탐사선의 이름을 고대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던 로제타 스톤에서 따온 이유다. 내년 12월까지 혜성을 관찰하며 분석 결과를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

◆중력·동면 이용해 여행

아무리 강력한 로켓이라도 64억㎞를 날려보낼 추진력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궁리 끝에 ESA가 내놓은 해법은 지구 등 행성의 중력을 역이용하는 ‘스윙바이’ 기동이었다. 지구와 화성 등 행성의 중력장을 빙글빙글 돌며 원심력을 얻은 뒤 행성의 공전 방향으로 빠져나가면 공전속도만큼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태양전지에 모을 수 있는 햇빛이 충분치 않을 때는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동면 모드에 들어가기도 했다. 2011년 6월, 로제타가 목성에 접근할 때쯤 햇빛의 강도가 지구에 비해 수분의 1로 줄어들었다. 로제타는 컴퓨터, 무선수신장치, 전원공급장치를 제외한 모든 기기의 전원을 끄고 운항했다. 2014년 1월 로제타가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루트에 진입하자 ESA는 동면 해제 명령을 보냈다. 당시 로제타는 태양에서 6억7270만㎞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명령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45분이 걸렸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경닷컴 하이스탁론 1599 - 0313] 또 한번 내렸다! 최저금리 3.2% 대출기간 6개월 금리 이벤트!
[한경닷컴 캡스탁론 1644 - 1896] 한 종목 100% 집중투자가능! 최고 3억원까지 가능!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